2014년 5월 1일 목요일

[Mai Chau] 무려 4년, 마이쩌우의 변화







마이쩌우에 처음 간 것이 4년 전. 그간 한 스무번 가까이 이 마을을 찾아 머물면서 마을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 크게 느껴왔다. 갓난쟁이었던 '마이'는 이제 낮가림 없는 꼬맹이가 되었고, 너무 귀여웠던 '마이쩌우의 강동원' '뚜'는 이제 학교 급식을 먹으면서 배 뽈록 나온 통통이가 되었으며, 나를 흠모하며 쑥쓰럼 타던 '란'은 이제 음흉한 눈빛을 보내는 까불이가 되었다. 나 역시 이제는 탕와이현에서 일하는 녀자도 아닌, 한국에서 놀러온 녀자도 아닌, 그냥 하노이에서 놀고 먹는 그런 녀자가 되어 있었다.

오늘은 베트남의 연휴라 마을에는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북적댔고, 그간 늘어난 하노이 관광객들 때문에 마을 곳곳엔 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농사만 짓던 마을 외곽의 사람들도 너도나도 홈스테이를 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자전거 대여와 음향기기 대여업을 시작했으며, 차량이 집 안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골목골목을 시멘트 길로 포장했고, 타이족 전통 스타일인 대나무가 아닌 하노이식의 시멘트로 집 앞에 담을 쌓고 있었다. 쓰레기통 따위는 전혀 필요 없었던 마을 이었는데, 집 앞 길가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지역 특산물을 파는 사람들이 생겼고, 거기서 나오는 비닐봉지가 이제는 마을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이 마을을 너무 좋아했던 이방인인 나는 이 변화가 너무 슬펐고, 많은 마을 어른들 역시 이 변화를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난 관광객과 하노이에서 만들어진 투어 프로그램 등의 관광 시스템을 막지는 못했다. 마을의 모두가 이 변화를 따라가진 못했지만, 마을의 모두가 이 변화를 거부하지도 않았다. 슬프고, 답답했다. 한편으론 나 역시 이 마을을 이렇게 변하게 만든 여행자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에 참으로 미안했다. 나야 이제 이곳에 안오면 되는 사람일 뿐이지만, 이 곳 사람들은 삶의 터전이 몇년만에 바뀌어 버렸다. 그러나 이곳에서 내가 유일하게 위안 삼은 한 가지는 내가 만난 사람들이 아직까진 '사람을 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직 마을에 남아있는 공동체, 그리고 아직 손님을 돈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거.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그게 이 마을의 유일한 기대이자 희망으로 보였다.





그 어떤 경우에서도 돈이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다. 베트남 정규방송으로 일주일에도 몇 편씩 방송하는 한국 막장 드라마들이 얼마나 뻥인지, 실제로는 사람 대신 돈을 좆다가 이모양 이꼴에 빠진 한국 사회를 이곳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 청년들이여, 이 빠른 변화 안에서도 부디 이런 것만은 따라하지 않기를. 오래도록 내려온 마을 어른들의 지혜를 가볍게 여기지 말기를.

한국의 높으신 양반들, 이곳에 와서 사는 법 좀 배우실라우? 내 하노이에서 출발하는 왕복 8시간 버스비 정도는 후원해 드리리라. 단, 아무리 높은 양반이어도 1인 1석이 아닐수도 있음은 유의해 주시라. 여기선 버스 차장이 곧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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