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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7일 화요일

베트남 땀흥마을 신년축제 3 _잔치 음식, 그리고 술자리


내 요즘 식욕이 미친듯이 왕성하기에, 어딜가도 배부른 줄 모르고 끊임없이 먹는다. 아무래도 병이 아닌가 싶다. 루언네 집에 초대를 받아 가보니 한창 차려진 게 오늘도 폭식을 피하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감이 왔다. 



대부분 한, 두번씩은 안면이 있는 손님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하고, 대게 베트남에서 여자들은 따로 상을 받지만, 외국인인 이상 남자들과 합석을 해도 어색한 건 아니다. 슬슬 시작해 볼까.




자, 모든 잔치의 시작은 건배. 베트남의 술자리에서는 누군가가 일어서서  "못, 하이, 바 (하나, 둘, 셋)"을 선창을 하면, 나머지 술잔을 든 사람들이 "요" 를 외친다. 그걸 세 번 정도 소리를 지른 후에야 잔을 부딪히고 술을 마신다. 그러고 나서는 술을 자유롭게 마시는데, '첨잔 문화'가 있는 민족이라 술잔에 조금이라도 술이 줄어들었다면, 바로 가득 채워준다. 새로온 손님이나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빈잔을 들고 다가가 서로 한잔씩 주고 받은 뒤, 거하게 악수를 한다. 그게 인사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한바퀴 돌고 나면 이미 얼큰하게 취해진 상태, 그리고 역시 애주민족 답게 빨리, 많이 마신다. 



오늘의 마실거리로는 '비어 하노이' 맥주와 45도 이상의 곡주인 '지에우', 그리고 베트남 특산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루에 깔려진 멍석 위애 음식이 차려진 쟁반 몇개를 놓고 옹기 종기 둘러 앉아 만찬을 즐긴다. 남자들은 어느 나라나 똑같이 술 앞에 있는 음식은 술 안주로만 보이나보다. 우리 쟁반 위의 음식들이 빠른 속도로 거덜날 동안 남자들은 술안주만 깨작거릴 뿐이다. 진짜 만찬을 제대로 즐기는 것은 여자들 쟁반 뿐이다. 


자, 그러면 음식 소개..!! 원래 본인이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는 사람이라 맛에 있어서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평소에 음식 사진 찍고 이런 짓은 거의 안하지만 베트남 떠나면 베트남 가정식을 먹을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어 이렇게나마 담아두고자 한다. 



후라이드 치킨, 보통 베트남 가정집에서는 흔치 않은 음식인데 약간 매콤하고 짭쪼롬하니 우리네 시골장 치킨 맛이다.
아, 여기서 정보 하나 더!! 베트남은 '후추'의 세계 1위 생산 국가다 :)




완전 한국 갈비찜과 똑같은 맛!! 소고기 찜에 간장 등으로 양념한 것으로 위에 얹은 고소한 고명은 코코넛이다.




파파야 샐러드, 상콤하고 무엇보다 땅콩의 고소함과 잘 어울러진다. 베트남은 땅콩, 아몬드 등의 견과류도 유명하다. 




넴잔.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고, 지역별로 크기나 모양이 조금 다르지만 만드는 방법은 모두 비슷하다. 쌀종이(라이스 페이퍼)에 우리나라 만두 소 같은 면과 두부, 목이버섯, 야채 등을 잘라 넣고 이쁘게 말아 튀기는 것. 주로 느억맘(생선 소스)에 찍어 먹는다.




함께 있던 분은 개인적으로 그 향을 매우 싫어 하셨지만, 이 삶은 죽순은 정말 내 입에 꼭 맞는 음식. 짭쪼롭하니 쫀득쫀득한 그 것을 한입 베어 물어 계속 씹으면 버섯같기도 하고 육즙 나오는 고기 같기도 하고 :) 다 먹고 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도 좋음.



* 참고, 하노이의 일반 가정집 잔치 식사에선 고기 가득한 음식들을 천천히 천천히 많이 먹고 또 먹고, 배가 터지려고 할 때쯤에야 밥이 나온다. 그러면 그릇에 원하는 만큼 밥을 덜어 국물에 말아 젓가락으로 휙휙 마시면 된다. 그러면 식사 끝. 



잔치집에는 보통 아주 다양한 고기, 고기, 고기, 고기, 고기 등(베트남전 승리의 요인은 고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일 고기를 먹는 베트남인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절대 빠지지 않는 고기가 있으니 바로 이 닭고기 또는 오리고기. 처음엔 거부감 들수도 있으나 자꾸보면 핏빛이 보일락 말락 하는 선홍빛 그 살색이 아주 매력적임. 간혹 손님 오셨다고 귀한 대가리를 권하는 경우도 있으니 놀라지 마시길..!!




소고기 미나리 볶음. 언제부턴가 미나리 향이 매우 좋아졌다. 베트남에서는 러우(샤브샤브) 같이 국물 있는 음식 먹을때 미나리를 매우 많이 사용한다.




한국에 고추장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느억 맘'이 있다. 생선을 장기간 발효시켜 만든 액젖으로 물에 희석시켜서 마늘, 고추등과 함께 소스를 만들어 먹는다. 2년간의 베트남 식탁에 거의 매일같이 올라왔던 소스로 나는 이제 외국인을 처음 만나는 순간 김치 냄새가 아니라, 느억맘 냄새가 날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들이 이 냄새 때문에 도망갔다는 설이... 믿거나 말거나. 베트남 최 남단의 '푸꿕'이라는 섬이 주 생산지이다. 




고기를 찍어먹는 소금과 라임, 그리고 눈물 쏙 빼게 맵디 맵지만 맛있는 베트남 고추.
하노이 사람들은 반찬을 소금과 라임을 담뿍 찍어 먹기 때문에, 대체로 고협압이 많다. (의료 봉사 오신 한의사 분이 해 주신 말씀!!)




베트남 특산품중 하나인 '제비집' 음료. 서민들이 먹는 음료니까 제비집이 얼마나 들었겠냐만(제비집 함유량 7.8%)은 그래도 건더기가 찔끔 찔끔 들어 있는데, 먹으면 뭔가가 상상되기는 하다. 맛은 그냥 달달한 젤리 음료 같은 느낌. 어쨌든 베트남 사람들은 건강해 지는 음료라며 무지 좋아한다. 


제비집 건더기 둥둥~



베트남에서 제일 시크한 꼬마 '닷'이 뭐라뭐라 칭얼대자 루언이 갑자기 닭고기를 분해(?)하기 시작한다. 껍질을 벗기는 것이다. 닷이 껍질 안먹어서 버리는 거냐고 물었더니, 루언이 웃으면서 껍질만 먹고 싶대서 살코기 발라내는 중이란다. 식성도 시크한 녀석. 




오늘의 후식. 당도 짱!!! 핑크 자몽~~!! 배터질 것 같은데 자몽 하나 다 먹었다.




엄마가 아들 괴롭히는 거 아닙니다. '닷'이 속알맹이 빠진 자몽 껍질을 보자 모자로 쓴다로 달랜다. 근데 엄마는 그걸 또 좋다고 머리에 씌워 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우리나라 엄마들 같으면 혼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순간 그걸 모자로 쓰는게 뭔 잘못인가 하고 또 쓸데 없이 욱해버렸다.




온 몸에 자몽 껍질을 휘두른 '닷'이 내뱉은 말, "뱀이다"
창조적인 아이가 되는 법, 절대 no라고 하지 말기..!! 


2012년 2월 6일 월요일

베트남 땀흥마을 신년축제 2 _새뱃돈(tien mung tuoi)


베트남의 시골에서 마을축제가 열리면 각 가정에서는 이웃 마을의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한 상 차려 놓고는 밤 늦도록 술을 마시켜 함께 신년을 축하하고 새해의 복을 빈다. 그래서 땀흥 마을에 살고 있는 센터 직원인 루언과 랜 부부가 지인들과 직원들을 함께 초대하여 신년을 맞이했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모두 초코파이니, 고소미니 하는 나름 고급의 과자나 자몽, 수박 등 과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초대에 응하면 된다. 혹시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손님들은 그 집 아이에게 '띠엔 뭉 뚜어이'(tien mung tuoi, 새뱃돈)로 빳빳한 지폐 돈을 조금 쥐어주어도 된다. 

나도 이번에 새로 태어난 루언의 튼실한 막내아들과 베트남에서 가장 시크한 꼬마인 '닷'에게 지폐 한장씩을 주었다. 역시 '닷'은 내가 앞에서 어떤 애교를 부리던 말던 받은 독은 시크하게 던저 버린다. 어지간한 선물에는 '신짜오' 인사는 커녕 눈 한번 안 마주쳐준다. 2년 동안 이 녀석이 나를 한번 제대로 바라봐 준 적은 원숭이집 장난감세트를 가지고 갔을때 뿐이니까.

베트남에서 가장 시크한 꼬마녀석 '닷'



그래도 세상 본지 얼마 안된 루언의 튼실한 둘째 아들, '닷'의 남동생 녀석은 배 위에 돈을 올려놔주니 잘도 웃는다. 돈이 좋구나.


아이에게 새 해에 빳빳한 새뱃돈을 주는 풍습은 베트남이나 우리나 같다

오늘 오전, 제작년에 도서관을 개관했었던 쑤언즈엉 중학교에 책을 조금 더 전달하러 다시 방문을 했다. 이미 여러번 방문한 터라 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내 얼굴을 알고 있었는데, 평소라면 교장실로 안내하여 쓰디 쓴 베트남 녹차 몇잔을 주셨겠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대뜸 맥주 한캔씩을 내 놓으시는 것이다. 평소에도 술 좋아하기로 소문난 할아버지 교장선생님이라 대낮부터 또 술 한잔 잡수셨나 했는데, 왠걸 자세히 보니 교장실 한켠에 '비어 하노이' 한 박스가 떡 하니 놓여있다. 함께 간 아잉뚜 말로는 새해 방문객들에게 한 잔씩 돌리는 거란다. 아무리 풍습도 좋지만, 바로 옆에서 애들 수업중인 대 낮에 술손님이라니.. 허허허. 하루에 손님 여럿 왔다가는 교장 선생님 거하게 취하시겠다 싶었다. 예의상 맥주 한 모금씩을 하고 일을 마치고 또 권하실까 얼른 도서관으로 향했다.

일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려는데 여 교감 선생님이 어디선가 쪼르르 나타나시더니 두頭당 하얀 봉투 하나씩을 내미신다. 어랏? 이거 말로만 듯던 뇌물인가? 깜짝 놀라 물으니 새뱃돈이란다. 손사래를 치며 고마우니 마음만 받겠다는 그 뻔한 대사들을 내뱉었건만, 옆을 보니 이미 아잉뚜는 봉투는 저어기 안주머니에 넣어 놓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내가 곁눈질로 찌릿한 눈빛을 보내니, "괜찮아요. 이런건 베트남 풍습이에요. 새뱃돈이에요. 나는 어제 엄마한테 새뱃돈 엄청 많이 받았어요." 라는 서른 두살의 철없는 망언을 내뱉는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새해에 새뱃돈을 주는 베트남 풍습이라니 무턱대고 거절만 할 수도 없는 노릇, 크지 않은 금액이기에 다과를 사서 센터 직원들과 나누어 먹겠다며 감사히 받았다.

정초부터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께 맥주로 환대 받고, 교감선생님께 새뱃돈 받았다. 하하하.

베트남 땀흥마을 신년축제 1 _풍경 이모저모


올해도 어김없이 베트남 농촌마을에서 신년맞이 마을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마을 축제는 마을에 있는 각 절에서 날짜를 정해서 마을 절과 마을 회관 등을 중심으로 며칠동안 진행되는데, 2012년 우리 동네에서 가장 빨리 축제를 시작한 마을은 센터 동쪽에 위치한 '땀흥 마을'이었다. 그래서 '땀흥마을'에 살고 있는 '찌루언'과 '아잉랜'의 초대를 받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직원들과 함께 마을 축제에 놀러갔다.


직원들 오토바이 뒤에 타고는 땀흥마을로 향하는 길, 겨울의 끝을 알리는 비가 논두렁을 찰랑찰랑하게 덮고 있었다. 오토바이 속도와 비례해서 내 콧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찬 공기 덕분에 기침을 콜록콜록 해 대면서도, 나는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얼른 카메라를 커내 그 모습들을 영상으로 담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왠지 오토바이로 달렸던 이 논두렁 길이 가장 그리워 질 것만 같았다.



마을 입구부터 벌써 색색의 깃발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엄마, 아빠의 손을 붙잡고 구경나온 아이들의 들떠 있는 얼굴만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축제는 시작된 것 같았다. 다른 직원들이 모두 루언네 집으로 바로 향할때, 역시나 돌발 행동을 사랑하는 아잉뚜와 나는 마을 축제를 먼저 들러서 구경하고 가는 것에 이미 동의한 상태였다.


축제엔 뭐니뭐니 해도 먹거리 장터가 제일

엄마한테 장난감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무심한 듯, 뚝딱 용 한마리를 점토로 빚어내는 아저씨의 마법 손

쿵짝쿵짝 시끄러운 디스코 음악 아래, 회전 목마 위에서 데이트 하는 젊은 커플

늦겨울 추위가 가시지도 않았건만, 이미 마을 공터에는 소세지, 과일, 솜사탕, 쥐포, 팝콘을 파는 군것질 장수들부터 점토 공작, 장난감, 축구공, 악세사리, 책 장수까지 자리를 편지 오래였다. 마을축제에 빠질 수 없는 회전 목마에는 이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심히 앉아 말을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타고 있었고, 심지어 한 의자에 여러명 앉기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 답게 젊은 남녀 커플이 조막만한 말등에 올라타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마을 축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 수동형(?) 꼬마기차는 새로운 꼬마 고객님들이 탑승하기가 무섭게 건장한 청년 둘이서 기차 옆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힘있는 스퍼트와 함께 곧이어 꼬마기차는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렸을때 친구들 토할때까지 미친듯이 돌려주던 뺑뺑이가 생각났다.


팝콘은 자고로 냄비 채로 튀겨줘야 제맛 

인기만점인 쥐포가게 아줌마

작년 땀흥 마을 축제 때 지나가던 두 남자가 시비가 붙어 화가 난 한명이 옆에서 쥐포 자르던 아주머니의 칼을 뺏어 상대의 팔을 마구 찍어내렸었다. 그 때 피 튀기는 그 장면과 함께 축제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칼에 찍힌 사람은 화가 치밀어 올라 다시 어디선가 다른 칼을 들고 나타나 그 가해자를 찾으러 뛰어다니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렇게 그 둘이 절 주변을 몇바퀴나 쫒고 쫒기며 달리다가 결국은 마을 꽁안(경찰)이 나타났고, 그들 집이 있는 어느 골목에서 목격자이자 이웃인 아줌마들과 아저씨들의 시끄러운 논쟁속에 사건은 사라졌었다. 그 후의 결과는 듣지 못했으나 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어짜피 얼굴 다 아는 동네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냥 화해하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작년 그 사건이 벌어졌던 그 현장에서는 올 해 아무렇지도 않게 팝콘 장수 아저씨가 자리를 차지했고, 반대편에는 어김없이 그 칼을 뺐겼던 아주머니가 쥐포를 썰고 있었다.

연못 앞에서 오리잡기 대회를 구경하는 사람들

절 입구의 한켠 연못에서는 오리잡기가 한창이었다. 조각 배를 타고 가까이 가서 연못에 풀어 놓은 오리를 잡으면 오리의 주인이 되는 간단한 게임이다. 올해는 발만 담가도 덜덜 떨 정도의 작년보다 더한 추위에 선뜻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연못을 둘러싼 주민들은 빅재미를 줄 용감한 청년이 나타나기만을 기다기고 있었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에너지 음료 '보훅'. 태국산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베트남 것이 더 자극적이고 맛납니다!!

2012년 1월 22일 일요일

[국제자원활동] 아름답게 떠난다는 것 : 2011 동계 단국대 봉사단 평가집 기고

아름답게 떠난다는 것

-베협력센터 최유리 간사 -

여름겨울 방학 시즌이 되면 하노이 공항 입국장에는 봉사단이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한국 청년들이 밀려 들어온다나 역시 베트남에 2년 남짓 활동하는 기간 동안 총 9팀의 대학생기업청소년 봉사단을 비롯하며 약 500여명의 오고 가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던 것 같다봉사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 큰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이미 봉사단이 돌아간 뒤현장에서의 리스크를 여러 번 경험한지라 잘해야 본전이고다양한 요구들 사이에서 욕을 먹지 않으면 다행이다하지만 그렇게 수십 번째 공항 마중이라도,막상 공항에서 피켓을 들고 서면봉사단이 나오길 기다리는 그 순간은 무척 즐거운 일이 된다. ‘이번엔 또 어떤 친구들이 우리 마을에우리 동네의 학교에 밝은 에너지를 듬뿍 전해주고 갈까?’라는 생각에 설레기 때문이다물론 개인적으로는 봉사단과 함께 찾아오는 우리 한-베협력센터 아주머니들의 황홀한 식사가 기대되는 것도 무시 못하지만 말이다.하하하.




한국에서 대학생 봉사단이 오면나는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꼭 해주곤 한다.
여러분이 오셔서 봉사 활동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이곳을 떠나시고 난 뒤 그 학교가그 마을이 어떨까를 계속 생각하는 것입니다무조건적으로 퍼주고 가는 것은 이곳에 도움이 안됩니다우리가 떠난 뒤에 학생들이 한국 선생님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학교와 학교 선생님들을 더 사랑하고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 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학교 선생님들보다 더 좋은 교육을 해주고 오는 것이 아니라조금은 부족하더라도 학교 선생님들이 직접 애정을 갖고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우리가 아니라그 곳에 살고 있고그 나라를 이끌어 갈 베트남 대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이런 봉사활동에 나설 수 있게 인식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활동하는 동안에도 계속 우리가 떠나고 난 뒤의 이곳을 생각해 주세요어짜피 우리는 떠날 사람이니까요.”


단국대학교 봉사단의 활동이 끝난 지금돌이켜보면 단국대 친구들은 내가 전해주고 싶었던 이 말의 의미들을 잘 이해해주고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처음엔 한국에서 준비해왔던 것과는 다른 현지의 상황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고맙게도 그 변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친구들 마음속에서 시작되었던 아주 작은 변화들은 점점 커져서결국 떠나는 그 순간 아주 큰 에너지로 만들어졌다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서른 네 뭉치의 에너지들은 언제어디서든 이 세상을 더욱 따듯하게 만들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가장 아름다운 변화는 여러분이 베트남에 만들어 주고 온 것이 아니라바로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아름답게 떠나준 그대들고맙습니다깜언 :)





_'2011 동계 단국대 봉사단' 평가집 기고

2012년 1월 21일 토요일

두 갈래의 길 : 인디고 여행학교 문집 기고

| 인디고 여행학교 | 
국제개발NGO인 '생명누리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여행 학교입니다. 위 글은 약 1년간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인도, 네팔 등을 여행한 인디고 여행학교 6기 친구들이 귀국 후 만든 책에 실릴 예정입니다. 



두 갈래의 길

_ 지구촌나눔운동 베트남 한-베협력센터 최유리 간사


초등학교 6학년담임 선생님과 함께 첫 도보 여행을 했을 때 산속에서 두 갈래 길이 나오면 선두로 걷고 있던 누군가는 꼭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어디로 가야 해요?” 그러나 선생님은 절대 답을 주시지 않았다그리곤 그 선두의 학생은 잠시 고민을 한 뒤, “이쪽으로 가는 거죠?” 라고 되물었고그제서야 선생님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긍정의 고개를 끄덕이셨다그게 우리가 여행 중에 길을 찾아가는 가장 단순하고도 유일한 방법이었다선생님은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고각자 스스로 그 길을 찾아 갈 수 있기를 바라셨다.


*

2011 6, 13명의 용감한 인디고 청소년 여행학교 친구들이 베트남에 도착했다인디고 친구들과의 첫만남은 어느 이른 일요일 새벽 하노이 기차역 앞에서였다이미 중국에서 베트남 라오까이 국경으로 넘어와 하노이까지 오랜 시간을 기차에서 보낸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몽사몽 기차 역 앞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어디가 배낭이고 어디가 사람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바닥에 퍼져버린 친구들을 본 베트남 쎄옴(오토바이 택시기사 아저씨들도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난 듯 웅성웅성 모이기 시작했다하지만 곧 안녕하세요!!”하는 우렁찬 친구들의 인사 소리에는 절대 지치지 않는 힘이 느껴졌다.

하노이 시내의 저렴한 도미토리에 숙소를 잡았다이층 침대 가득 붙어있는 한 방에 몰아서 자는 게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미 자기 침대들을 하나씩 찜 해놓느라 부산스럽다이 친구들누구 못지않게 참 적응이 빠르다베트남 쌀국수와 분짜’ 등 하노이 음식들을 알아서도 잘 찾아 먹고는 와서 하는 말이 베트남 음식이 너무 담백하고 좋아요!!” 오랫동안 중국 음식만 먹어온 탓인지기름진 베트남 음식에 가끔씩은 질리기도 하는 나로써는 베트남 음식이 담백하다는 이 친구들 말이 재미있기만 하다인디고 친구들 역시 중국여행에서 열심히 고행을 즐겼기에 이제 베트남 여행쯤은 껌이 된 셈이다. 1200원짜리 쌀국수 한 그릇에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앞으로 이 친구들의 여행이 더 기대가 되었다.

나의 첫 해외 배낭여행지는 인도였다인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나는 잠시 태국을 들렀었는데그곳이 나에게는 마치 천국과도 같게 느껴졌다그렇게 태국에서의 매일을 만족을 넘어 심지어 황홀해하며 보내고 있는데어느 날 같은 도미토리의 옆 침대에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들어오더니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태국같이 더럽고시끄럽고사기꾼 많고먹을 것 없는 나라는 처음이라며 말이다태국이 정말 깨끗하고조용하고사기꾼 없고먹을 것 천지인 나라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 친구의 불평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 *

인디고 친구들은 하노이에서 국제개발NGO인 지구촌나눔운동의 두 센터인 -베협력센터와 -베장애인재활센터를 방문하여 활동하는 시간을 보냈다로컬 버스를 갈아타기를 여러 번, ‘-베협력센터가 있는 빙다 마을까지 도착했고마중 나온 경운기와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내리 쬐는 태양 아래서 고작 1km의 거리를 가는데 10분이나 걸리는 느려터진 경운기를 타는 게 고역일 법도 한데어마어마한 중국 경운기 탑승의 경험을 얘기하느라 결국 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얘들아중국에서 고생하고 오길 잘했구나

센터 식당에서 베트남식 식사를 했다손 큰 짹 아주머니가 엄청 넉넉히 준비해 주신 식사는 역시나 금새 동이 났고베트남 향에 한 두 명쯤은 질릴 법도 한데 맛있다고 그릇을 싹싹 비운 친구들의 식성에 주방 아주머니들도 웃기 바빴다이는 -베협력센터’ 기록에 남을 식사다.

-베협력센터를 찾은 인디고 친구들은 농촌마을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으로 이루어진 탕와이현 청소년 합창단’ 친구들과 함께 문화교류도 하고이틀간의 합창 특훈을 통해 때마침 열렸던 -베노래자랑’ 무대에 함께 오르기도 하였다합창 무대에는 기타와 플룻 연주도 함께 더해져서 그간 무거운 기타와 플룻을 들고 다녔던 노력이 빛을 발했다무대는 한국과 베트남 친구들의 합창을 통한 화합이 장이었지만사실 객석의 많은 관객들이 끝까지 일부 인디고 친구들을 한국 사람이 아닌 베트남 사람으로 생각했다가까워지면 닮는다고 하지 않는가. :)


* * *

여행 길 위에선매 순간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하루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 있어서언제 일어날지어디에서 무엇을 할지무엇을 먹을지어디서 잠을 잘지그리고 또 다시 어디로 떠날지 등 모든 것들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그게 설사 조금 삐뚤어진 방향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결정을 해야만 한다결정하지 않으면 어디로든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결과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여행에서 마주했던 수 많은 두 갈래의 길과그 길 위에서 배운 선택과 책임을 통해 우리 친구들은 이미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성장을 했다그리고 끝나지 않은 선택의 여행은 그들 각자의 삶에서도 계속 될 것이다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여러분은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

인디고 친구들새로운 여행 길에 오른 것을 환영합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국제자원활동] 제3회 ‘한-베 자원활동 캠프’ 참가자 ‘프엉(Phuong)'의 이야기


'지구촌나눔운동'의 베트남 사업소 중 하나인 '한-베협력센터'는 2010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총 4회의 '한-베 자원활동 캠프'를 진행했다. '한-베자원활동캠프'는 이전까지 한국 대학생들이 주가 되어온 봉사 프로그램에서, 양국의 청년들이 함께 먹고 자고 준비하면서 동등한 입장에서 자원활동에 참여하며 국제개발협력과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약 10일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캠프에 참가한 양국의 청년들은 서로의 국가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갖고, 단기 자원활동 프로그램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류와 각국에서의 자원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여름, 땀과 눈물을 쏟아냈던 '낌안 중학교'에 다시 다녀왔어요!!"
-제3회 '한-베 자원활동 캠프(Viet-Korea Volunteer Camp) 참가자, 프엉(Phuong)의 이야기



지난 2011년 무더웠던 여름, 37명의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이 베트남 하노이시 탕와이현 농촌마을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낌안 중학교'에서 열흘동안의 자원활동을 하고 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겨울, 낌안 중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4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땀과 눈물을 듬뿍 쏟아내고 갔던 그 여름의 양국 대학생 청년들을 아직도 기억하며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함께 활동을 했던 베트남 대학생인 프엉(Phuong)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서툰 한국어로 조심조심 말하는 프엉의 용건은 바로 베트남 외상대학교 봉사단 학생들이 '낌안 중학교'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012년 1월 6일, 다섯명의 아름다운 베트남 청년들이 아름아름 모아 온 '헌책'을 양손 가득 들고 두시간의 이동 끝에 그리웠던 '낌안 중학교'를 다시 찾았다.



다시 만난 베트남 외상대학교 한국학센터 봉사단과 낌안 중학교 학생들



영원한 이별일 줄로만 알고 펑펑 울던 서로가 다시 만난 것이 놀라운지, 처음에는 베트남 대학생들도 낌안 중학교 학생들도 이 놀라운 상황에 어색해했지만, 곧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다시 또 이야기 꽃을 피웠다. 프엉과 친구들은 6개월 사이에 훌쩍 자라난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자신보다 키가 커진 여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연신 즐거워했다. 그러나 자라난 것은 낌안 중학교의 아이들 뿐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응안(Ngan)은 그새 대학교를 졸업해서 어엿한 회사원이 되었고, 프엉을 비롯한 많은 친구들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졸업 준비에 바빴으며, 베트남에서 마지막 추억을 봉사활동으로 마친 아잉(Anh)은 공부를 위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 베트남어보다 한국어 이름이 더 잘 어울렸던 민후(Hung)는 한국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유학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여름 봉사활동 이후, 캠프에 참가했던 베트남 대학생들 모두는 한국어 공부와 봉사활동에 더욱 관심이 많아진게 가장 큰 변화였다.



반년 사이 키가 훌쩍 커버린 낌안 중학교 학생들과 프엉(가운데)


어색함도 잠시, 다시 만나 반가운 응안(Ngan)과 낌안 중학교 학생들


다시 찾은 청년들을 반갑게 맞아주신 낌안 중학교 사서 선생님은 봉사단이 개관식을 했던 처음보다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되고, 넓어진 '꿍냐우 희망 도서관'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셨다. 그리고 이날 가지고 온 헌 책도 도서관 한켠에 잘 정리해 주셨다.



모아온 헌 책을 낌안 중학교 '꿍냐우 희망 도서관'에 기증하는 외상대 친구들



그리웠던 낌안 중학교에서 반가운 만남을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을을 나오는 길, 유채꽃이 아름답게 핀 길에서 프엉은 입이 귀에 걸린 채 '"오늘 너무 행복해요!!" 라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며칠 전 베트남 뉴스에서 베트남 북쪽 산간지방에 헤진 옷을 입고다니는 소수민족 아이들의 모습을 봤다면서, 친구들과 헌 옷을 모아 기증하는 일을 벌일 계획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늘이 만남이 어땠내는 질문에 프엉은 이런 메일을 보내주었다.



Hôm nay tôi đã cùng các bạn v thăm lại trường THCS Kim An -  nơi mà chúng tôi và các bạn sinh viên Hàn Quốc đã cùng nhau làm tình nguyện vào tháng 7/2011. Thời gian thật sự trôi rất nhanh,mới đó thôi mà đã 6 tháng trôi qua.

Gặp lại các em học sinh tôi thật sự rất vui,chúng tôi đã được các cô giáo trường Kim An đưa đi thăm Thư Viện Cùng Nhau Hi Vọng. Thư viện được cô giáo và các em học sinh giữ gìn sạch đẹp.Việc xây dựng thư viện này thật sự rất có ý nghĩa,vì ở đây các em học sinh có thể ngồi đọc sách hoặc học bài nên có vẻ rất vui.

Bên cạnh những quyển sách và truyện mà chúng tôi đã sắp xếp ban đầu nhà trường đã trang bị thêm rất nhiều sách tham khảo tốt và phân loại theo từng khu vực tạo điều kiện tốt cho các em học sinh học tập.


Hơn nữa đến bây giờ các em học sinh vẫn rất nhớ các giáo viên Hàn Quốc của mình,các em đã nói là sẽ chăm chỉ học thật tốt để sau này có thể đến Hàn Quốc.Tôi nghĩ như vậy có thể thắt chặt hơn tình bạn của hai nước Việt – Hàn. Xin chân thành cảm ơn Tổ chức GCS  Hàn Quốc và Trung tâm hợp tác Việt – Hàn đã giúp đỡ chúng tôi.

16/01/2012  Phuong

(번역)
오늘저는 친구들과 함께 다시 낌안 중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낌안 중학교는 지난 2011년 7월에 우리 외상대 한국학센터 친구들이 한국의 대사협 봉사단인 L.I.V 팀과 함께 자원활동을 했던 곳입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났습니다. 그곳에서 활동을 한지 벌써 6개월이나 지났네요.

학생들을 다시 만나서 아주 기뻤습니다. 낌안 중학교 사서 선생님은 우리에게 낌안 중학교 '꿍냐우 희망 도서관'을 다시 구경시켜 주셨습니다. 도서관은 정말 깨끗하고 예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도서관을 만드는 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 같습니다. 이 도서관에서 여기 농촌의 학생들이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으니 저는 매우 기쁩니다. 도서관의 한쪽 면에는 소설과 여러 책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좋은 참고서와 좋은 책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만난 학생들이 한국 선생님들(한국 대사협 봉사단)을 보고 싶다고 하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한국에 꼭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전 이런 것들이 바로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우정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촌나눔운동과 한-베협력센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2년 1월 16일 프엉




돌아오는 마을 길에서 우연히 만난 프엉네 반 학생들

일반적인 봉사단 활동 이외에도 이런 '-베자원활동캠프'를 기획하고 진행해왔던 입장에서 가장 보람있는 일은 바로 활동이 끝나고 들려오는 봉사단 친구들의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활동 소식이다틈틈히 들려오는 베트남에 다녀간 한국 친구들끼리의 국내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의 선행 소식그리고 함께 활동을 했던 베트남 대학생 친구들의 작은 변화들에 대한 소식 말이다

1, 2 ,3나는 이렇게 총 세 번의 한-베 자원활동 캠프를 진행했는데매번 활동이 끝나고 나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첫번째 캠프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자체적으로 봉사단을 조직한다는 소식을 들었고실제로 몇몇 친구들은 앞장서서 다른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다두번째 캠프에 참여한 친구들 중 한 친구는 보수가 좋은 직장 대신에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로컬 NGO에 취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하노이의 명문대 중 하나인 외상대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로써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그 친구의 어려운 결정에 캠프에 참여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정말이지 보람을 느꼈다세번째 캠프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유독 팀웍이 좋았는데,덕분인지 아직까지 모임도 자주 갖고 있고이렇게 '프엉'같은 학생들을 주축으로 활동을 했던 현지 학교에 방문하여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자 하는 노력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친구들의 사후 활동이야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지만현지에 남아 활동했던 학교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나로써는 베트남 친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변화가 정말이지 너무 고마운 소식이다늘 떠나는 우리가 아니라현지 사람들의 변화를 고민하고 추구했던 나에게 그 베트남 친구들이 보여준 가능성은 역시 아직은 많이 부족한 이 '-베 자원활동 캠프'의 방향성과 진정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남아있는 사람들계속 살아갈 사람들그리고 이 나라를 이끌어갈 청년들이야말로 '자원활동 캠프'의 중요한 목적이자 결과다.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도서관 사업 평가 : 붉은 해가 뉘였뉘였 질 무렵


지난 2년 동안 내가 한 업무 중에 하나는 베트남 학교에 도서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보통 도서관 지원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단순히 책을 지원하고 뚝딱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실은 이 도서관이 얼마나 효율적이게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를 사전조사를 통해 확실히 가려내야 하고, 도서관 지원 후에도 수시로 드나들며 부족한 부분들을 체크하고 '사서 교육'부터 도서관과 관련된 프로그램들까지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조금씩 대안을 찾아가는 후속 과정이 더욱 중요했다. 물론 그 보이지 않는 후속 작업 때문에 굉장이 많은 업무가 동반되기도 했지만 나로써는 이 학교들에 가는 것이 도서관으로 인한 학교의 작그마한 변화를 찾아가는 '보물찾기'같이 매번 신나는 일이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학교 선생님들의 역량과 의지가 도서관의 운영을 좌지우지 하고, 그것이 곧바로 학생들과 학교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매번 사업의 주체인 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은 '우쮸쮸쮸' 이다. 도서관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도 그들이고, 결국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때 아무렇지도 않게 답을 내놓는 것도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계속 독려하고 밑에서 서포트 해주는 '우쮸쮸쮸'의 역할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날이 갈수록 관리 능력이 향상되는 쑤언즈엉 중학교 사서 선생님



어느 날 아침 일찍부터 탕와이현의 6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6개 중학교에 지어진 '꿍냐우 희망 도서관'의 평가를 했다. 준비해 온 평가 툴에 맞춰 여러가지 질문을 하고 사서선생님을 면담하고 도서관을 꼼꼼히 체크해보면서 같은말을 반복하고 반복하기를 여러차례, 이미 저 멀리서 붉은 해가 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다. 가을이 끝나가는 탕와이현 농촌마을 나무들에 걸린 커다란 해는 손만 뻗으면 닿을 듯 아주 낮게 떠 있었고, 그 붉은 색은 정말 아름다웠다.



드디어 마지막 학교, 오랜만에 만난 낌안 중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이하시며 한국에서는 평생듣기 힘든 인사를 해 주셨다.
"엠링 살쪘구나, 살찌니 더 이쁘다"



하루동안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모두 살쪘다는 소리를 듣는 것에 슬퍼해야 할까, 아니면 통통한 것을 이쁘게 봐주는 이나라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할까. 센터로 돌아오는 길, 더욱 대지에 가까워진 붉은 해도 조금 더 살이 오른듯 해 보였다. 웃음이 났다.

오슬오슬 추운 영상 20도 강추위, 하노이의 겨울을 맞아 '전기 장판'과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도 밖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