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떠난다는 것
- 한-베협력센터 최유리 간사 -
- 한-베협력센터 최유리 간사 -
여름, 겨울 방학 시즌이 되면 하노이 공항 입국장에는 봉사단이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한국 청년들이 밀려 들어온다. 나 역시 베트남에 2년 남짓 활동하는 기간 동안 총 9팀의 대학생, 기업, 청소년 봉사단을 비롯하며 약 500여명의 오고 가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던 것 같다. 봉사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 큰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이미 봉사단이 돌아간 뒤, 현장에서의 ‘리스크’를 여러 번 경험한지라 ‘잘해야 본전’이고, 다양한 요구들 사이에서 ‘욕을 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게 수십 번째 공항 마중이라도,막상 공항에서 피켓을 들고 서면, 봉사단이 나오길 기다리는 그 순간은 무척 즐거운 일이 된다. ‘이번엔 또 어떤 친구들이 우리 마을에, 우리 동네의 학교에 밝은 에너지를 듬뿍 전해주고 갈까?’라는 생각에 설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봉사단과 함께 찾아오는 우리 한-베협력센터 아주머니들의 ‘황홀한 식사’가 기대되는 것도 무시 못하지만 말이다.하하하.
한국에서 대학생 봉사단이 오면, 나는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꼭 해주곤 한다.
“여러분이 오셔서 봉사 활동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이곳을 떠나시고 난 뒤 그 학교가, 그 마을이 어떨까를 계속 생각하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으로 퍼주고 가는 것은 이곳에 도움이 안됩니다. 우리가 떠난 뒤에 학생들이 한국 선생님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학교 선생님들을 더 사랑하고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 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학교 선생님들보다 더 좋은 교육을 해주고 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학교 선생님들이 직접 애정을 갖고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우리가 아니라, 그 곳에 살고 있고, 그 나라를 이끌어 갈 베트남 대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이런 봉사활동에 나설 수 있게 인식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활동하는 동안에도 계속 우리가 떠나고 난 뒤의 이곳을 생각해 주세요. 어짜피 우리는 떠날 사람이니까요.”
단국대학교 봉사단의 활동이 끝난 지금, 돌이켜보면 단국대 친구들은 내가 전해주고 싶었던 이 말의 의미들을 잘 이해해주고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엔 한국에서 준비해왔던 것과는 다른 현지의 상황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고맙게도 그 변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친구들 마음속에서 시작되었던 아주 작은 변화들은 점점 커져서, 결국 떠나는 그 순간 아주 큰 에너지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서른 네 뭉치의 에너지들은 언제, 어디서든 이 세상을 더욱 따듯하게 만들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가장 아름다운 변화는 여러분이 베트남에 만들어 주고 온 것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아름답게 떠나준 그대들, 고맙습니다. 깜언 :)
_'2011 동계 단국대 봉사단' 평가집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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