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1일 토요일

두 갈래의 길 : 인디고 여행학교 문집 기고

| 인디고 여행학교 | 
국제개발NGO인 '생명누리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여행 학교입니다. 위 글은 약 1년간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인도, 네팔 등을 여행한 인디고 여행학교 6기 친구들이 귀국 후 만든 책에 실릴 예정입니다. 



두 갈래의 길

_ 지구촌나눔운동 베트남 한-베협력센터 최유리 간사


초등학교 6학년담임 선생님과 함께 첫 도보 여행을 했을 때 산속에서 두 갈래 길이 나오면 선두로 걷고 있던 누군가는 꼭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어디로 가야 해요?” 그러나 선생님은 절대 답을 주시지 않았다그리곤 그 선두의 학생은 잠시 고민을 한 뒤, “이쪽으로 가는 거죠?” 라고 되물었고그제서야 선생님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긍정의 고개를 끄덕이셨다그게 우리가 여행 중에 길을 찾아가는 가장 단순하고도 유일한 방법이었다선생님은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고각자 스스로 그 길을 찾아 갈 수 있기를 바라셨다.


*

2011 6, 13명의 용감한 인디고 청소년 여행학교 친구들이 베트남에 도착했다인디고 친구들과의 첫만남은 어느 이른 일요일 새벽 하노이 기차역 앞에서였다이미 중국에서 베트남 라오까이 국경으로 넘어와 하노이까지 오랜 시간을 기차에서 보낸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몽사몽 기차 역 앞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어디가 배낭이고 어디가 사람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바닥에 퍼져버린 친구들을 본 베트남 쎄옴(오토바이 택시기사 아저씨들도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난 듯 웅성웅성 모이기 시작했다하지만 곧 안녕하세요!!”하는 우렁찬 친구들의 인사 소리에는 절대 지치지 않는 힘이 느껴졌다.

하노이 시내의 저렴한 도미토리에 숙소를 잡았다이층 침대 가득 붙어있는 한 방에 몰아서 자는 게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미 자기 침대들을 하나씩 찜 해놓느라 부산스럽다이 친구들누구 못지않게 참 적응이 빠르다베트남 쌀국수와 분짜’ 등 하노이 음식들을 알아서도 잘 찾아 먹고는 와서 하는 말이 베트남 음식이 너무 담백하고 좋아요!!” 오랫동안 중국 음식만 먹어온 탓인지기름진 베트남 음식에 가끔씩은 질리기도 하는 나로써는 베트남 음식이 담백하다는 이 친구들 말이 재미있기만 하다인디고 친구들 역시 중국여행에서 열심히 고행을 즐겼기에 이제 베트남 여행쯤은 껌이 된 셈이다. 1200원짜리 쌀국수 한 그릇에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앞으로 이 친구들의 여행이 더 기대가 되었다.

나의 첫 해외 배낭여행지는 인도였다인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나는 잠시 태국을 들렀었는데그곳이 나에게는 마치 천국과도 같게 느껴졌다그렇게 태국에서의 매일을 만족을 넘어 심지어 황홀해하며 보내고 있는데어느 날 같은 도미토리의 옆 침대에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들어오더니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태국같이 더럽고시끄럽고사기꾼 많고먹을 것 없는 나라는 처음이라며 말이다태국이 정말 깨끗하고조용하고사기꾼 없고먹을 것 천지인 나라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 친구의 불평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 *

인디고 친구들은 하노이에서 국제개발NGO인 지구촌나눔운동의 두 센터인 -베협력센터와 -베장애인재활센터를 방문하여 활동하는 시간을 보냈다로컬 버스를 갈아타기를 여러 번, ‘-베협력센터가 있는 빙다 마을까지 도착했고마중 나온 경운기와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내리 쬐는 태양 아래서 고작 1km의 거리를 가는데 10분이나 걸리는 느려터진 경운기를 타는 게 고역일 법도 한데어마어마한 중국 경운기 탑승의 경험을 얘기하느라 결국 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얘들아중국에서 고생하고 오길 잘했구나

센터 식당에서 베트남식 식사를 했다손 큰 짹 아주머니가 엄청 넉넉히 준비해 주신 식사는 역시나 금새 동이 났고베트남 향에 한 두 명쯤은 질릴 법도 한데 맛있다고 그릇을 싹싹 비운 친구들의 식성에 주방 아주머니들도 웃기 바빴다이는 -베협력센터’ 기록에 남을 식사다.

-베협력센터를 찾은 인디고 친구들은 농촌마을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으로 이루어진 탕와이현 청소년 합창단’ 친구들과 함께 문화교류도 하고이틀간의 합창 특훈을 통해 때마침 열렸던 -베노래자랑’ 무대에 함께 오르기도 하였다합창 무대에는 기타와 플룻 연주도 함께 더해져서 그간 무거운 기타와 플룻을 들고 다녔던 노력이 빛을 발했다무대는 한국과 베트남 친구들의 합창을 통한 화합이 장이었지만사실 객석의 많은 관객들이 끝까지 일부 인디고 친구들을 한국 사람이 아닌 베트남 사람으로 생각했다가까워지면 닮는다고 하지 않는가. :)


* * *

여행 길 위에선매 순간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하루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 있어서언제 일어날지어디에서 무엇을 할지무엇을 먹을지어디서 잠을 잘지그리고 또 다시 어디로 떠날지 등 모든 것들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그게 설사 조금 삐뚤어진 방향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결정을 해야만 한다결정하지 않으면 어디로든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결과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여행에서 마주했던 수 많은 두 갈래의 길과그 길 위에서 배운 선택과 책임을 통해 우리 친구들은 이미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성장을 했다그리고 끝나지 않은 선택의 여행은 그들 각자의 삶에서도 계속 될 것이다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여러분은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

인디고 친구들새로운 여행 길에 오른 것을 환영합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블로그의 글과 사진을 퍼가실때는 미리 동의를 구해주시고, 비방이나 욕설은 삼가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