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6일 월요일

베트남 땀흥마을 신년축제 2 _새뱃돈(tien mung tuoi)


베트남의 시골에서 마을축제가 열리면 각 가정에서는 이웃 마을의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한 상 차려 놓고는 밤 늦도록 술을 마시켜 함께 신년을 축하하고 새해의 복을 빈다. 그래서 땀흥 마을에 살고 있는 센터 직원인 루언과 랜 부부가 지인들과 직원들을 함께 초대하여 신년을 맞이했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모두 초코파이니, 고소미니 하는 나름 고급의 과자나 자몽, 수박 등 과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초대에 응하면 된다. 혹시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손님들은 그 집 아이에게 '띠엔 뭉 뚜어이'(tien mung tuoi, 새뱃돈)로 빳빳한 지폐 돈을 조금 쥐어주어도 된다. 

나도 이번에 새로 태어난 루언의 튼실한 막내아들과 베트남에서 가장 시크한 꼬마인 '닷'에게 지폐 한장씩을 주었다. 역시 '닷'은 내가 앞에서 어떤 애교를 부리던 말던 받은 독은 시크하게 던저 버린다. 어지간한 선물에는 '신짜오' 인사는 커녕 눈 한번 안 마주쳐준다. 2년 동안 이 녀석이 나를 한번 제대로 바라봐 준 적은 원숭이집 장난감세트를 가지고 갔을때 뿐이니까.

베트남에서 가장 시크한 꼬마녀석 '닷'



그래도 세상 본지 얼마 안된 루언의 튼실한 둘째 아들, '닷'의 남동생 녀석은 배 위에 돈을 올려놔주니 잘도 웃는다. 돈이 좋구나.


아이에게 새 해에 빳빳한 새뱃돈을 주는 풍습은 베트남이나 우리나 같다

오늘 오전, 제작년에 도서관을 개관했었던 쑤언즈엉 중학교에 책을 조금 더 전달하러 다시 방문을 했다. 이미 여러번 방문한 터라 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내 얼굴을 알고 있었는데, 평소라면 교장실로 안내하여 쓰디 쓴 베트남 녹차 몇잔을 주셨겠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대뜸 맥주 한캔씩을 내 놓으시는 것이다. 평소에도 술 좋아하기로 소문난 할아버지 교장선생님이라 대낮부터 또 술 한잔 잡수셨나 했는데, 왠걸 자세히 보니 교장실 한켠에 '비어 하노이' 한 박스가 떡 하니 놓여있다. 함께 간 아잉뚜 말로는 새해 방문객들에게 한 잔씩 돌리는 거란다. 아무리 풍습도 좋지만, 바로 옆에서 애들 수업중인 대 낮에 술손님이라니.. 허허허. 하루에 손님 여럿 왔다가는 교장 선생님 거하게 취하시겠다 싶었다. 예의상 맥주 한 모금씩을 하고 일을 마치고 또 권하실까 얼른 도서관으로 향했다.

일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려는데 여 교감 선생님이 어디선가 쪼르르 나타나시더니 두頭당 하얀 봉투 하나씩을 내미신다. 어랏? 이거 말로만 듯던 뇌물인가? 깜짝 놀라 물으니 새뱃돈이란다. 손사래를 치며 고마우니 마음만 받겠다는 그 뻔한 대사들을 내뱉었건만, 옆을 보니 이미 아잉뚜는 봉투는 저어기 안주머니에 넣어 놓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내가 곁눈질로 찌릿한 눈빛을 보내니, "괜찮아요. 이런건 베트남 풍습이에요. 새뱃돈이에요. 나는 어제 엄마한테 새뱃돈 엄청 많이 받았어요." 라는 서른 두살의 철없는 망언을 내뱉는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새해에 새뱃돈을 주는 베트남 풍습이라니 무턱대고 거절만 할 수도 없는 노릇, 크지 않은 금액이기에 다과를 사서 센터 직원들과 나누어 먹겠다며 감사히 받았다.

정초부터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께 맥주로 환대 받고, 교감선생님께 새뱃돈 받았다. 하하하.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블로그의 글과 사진을 퍼가실때는 미리 동의를 구해주시고, 비방이나 욕설은 삼가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