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내가 한 업무 중에 하나는 베트남 학교에 도서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보통 도서관 지원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단순히 책을 지원하고 뚝딱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실은 이 도서관이 얼마나 효율적이게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를 사전조사를 통해 확실히 가려내야 하고, 도서관 지원 후에도 수시로 드나들며 부족한 부분들을 체크하고 '사서 교육'부터 도서관과 관련된 프로그램들까지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조금씩 대안을 찾아가는 후속 과정이 더욱 중요했다. 물론 그 보이지 않는 후속 작업 때문에 굉장이 많은 업무가 동반되기도 했지만 나로써는 이 학교들에 가는 것이 도서관으로 인한 학교의 작그마한 변화를 찾아가는 '보물찾기'같이 매번 신나는 일이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학교 선생님들의 역량과 의지가 도서관의 운영을 좌지우지 하고, 그것이 곧바로 학생들과 학교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매번 사업의 주체인 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은 '우쮸쮸쮸' 이다. 도서관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도 그들이고, 결국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때 아무렇지도 않게 답을 내놓는 것도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계속 독려하고 밑에서 서포트 해주는 '우쮸쮸쮸'의 역할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어느 날 아침 일찍부터 탕와이현의 6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6개 중학교에 지어진 '꿍냐우 희망 도서관'의 평가를 했다. 준비해 온 평가 툴에 맞춰 여러가지 질문을 하고 사서선생님을 면담하고 도서관을 꼼꼼히 체크해보면서 같은말을 반복하고 반복하기를 여러차례, 이미 저 멀리서 붉은 해가 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다. 가을이 끝나가는 탕와이현 농촌마을 나무들에 걸린 커다란 해는 손만 뻗으면 닿을 듯 아주 낮게 떠 있었고, 그 붉은 색은 정말 아름다웠다.
드디어 마지막 학교, 오랜만에 만난 낌안 중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이하시며 한국에서는 평생듣기 힘든 인사를 해 주셨다.
"엠링 살쪘구나, 살찌니 더 이쁘다"
하루동안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모두 살쪘다는 소리를 듣는 것에 슬퍼해야 할까, 아니면 통통한 것을 이쁘게 봐주는 이나라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할까. 센터로 돌아오는 길, 더욱 대지에 가까워진 붉은 해도 조금 더 살이 오른듯 해 보였다.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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