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Khai)'는 베트남 하노이시 탕와이현 미흥마을 미흥중학교 7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다. 카이는 항상 밝게 웃으며 친구들을 대하고, 성적도 반에서 2등을 하는 수재이다. 하지만 카이는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즐거운 통학길은 생각도 하지 못한다. 선천적 하반신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혼자의 힘으로는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오래된 오토바이 뒤에 앉아 매일 아버지의 등을 잡고 친구들 사이로 아침등교, 점심시간, 저녁 귀가까지 4회의 통학을 한다. 체육시간이라도 되면 카이는 저 구석에 앉아 친구들이 뛰노는 것을 조용히 바라 보거나 카이를 데리러 오시는 아버지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일찍 하교를 하기도 한다.
사실 카이에게는 적십자에서 받은 휠체어 한대가 있다. 하지만 그 일반 휠체어는 카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흙길 위를 달릴 수는 없다. 덤프트럭과 오토바이 등이 무섭게 지나가는 그 좁은 비포장도로를 보면 보통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도 매우 위태위태하다. 나도 거의 이곳에서 일주일에 여러번 교통사고를 목격하듯 베트남의 도로 운전은 무척 과격하다. 특히 차량이 적은 교외지역으로 갈 수록 운전자들은 더욱 방심하고 속도를 높이기 때문에 사고가 더 잦다. 만약 카이가 그 휠체어를 타고 있다가 도랑에 걸려 멈추기라도 한다면 정말 위험한 상황일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카이는 적십자에서 받은 휠체어를 집에다 고히 모셔두고 있다. 보통의 휠체어도 농촌 가정에게는 적지 않은 가치이지만, 받는 사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반신 장애우에게는 휠체어가 필요하다'라는 도너의 단편적인 생각으로 전해진 이 '보통 휠체어'는 아이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아주 큰 가치에서 집안에 먼지 쌓이고 있는 보통 의자로 변신해 버린 것이다. 한국 단체들이 한때 좋아했던 '길 만들어 주기'를 카이의 집 앞에도 좀 해주지 하는 원망이 들었다. 그리고 길이 없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카이에게 정말 필요한 재활시스템이나 이동수단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카이의 형은 집에서부터 15분 거리인 센터 근처의 탕와이B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카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봐선 역시 탕와이 B 고등학교(아직 베트남 고등학교는 성적순으로 차등 선발이다)를 갈 수 있다. 그러나 영원히 아버지가 카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등학생이 되면 어깨가 굽은 아버지 보다 키가 클지도 모를 카이가 언제까지 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타고 학교를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학업을 포기하기엔 카이는 너무나도 착실하고 똘똘한 학생이다. 그래서 이제 곧 8학년이 되는 (한국의 중학교 2학년) 카이에겐 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스스로 통학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카이(Khai)의 꿈 _삼륜 휠체어 전달식>
지난 2010년 여름, 베트남 한베협력센터에 다녀간 두개의 봉사단인 '대사협'팀과 '한국관광공사 청소년 봉사단'이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약간의 후원금을 남겨두고 갔다. 작은 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베트남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기억하며, 필요한 곳에 써달라는 고운 마음씨였다. 우리는 회의 끝에 대사협 친구들과 함께 활동했던 미흥중학교의 카이를 돕자는 의견을 모았고 다행히 두 봉사단의 학생들 모두 우리 의견에 동의를 해 주었다. 대사협 친구들이 준비한 체육대회날 혼자 먼저 집에 가는 카이의 모습에 내내 미안했는데 정말 잘 된 결정이었다. 관련글 보기 => 국제자원활동에 대한 고민 _ 2010 하계 대사협 베트남 봉사단
여름 봉사단 시즌이 지나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다시 카이를 만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고맙게도 다시 만난 카이에게 나는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새로운 삼륜 휠체어가 생길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카이보다 더 반가워 한 사람은 매일같이 오토바이로 카이를 통학시키던 카이의 아버지였다. 카이의 아버지는 거친 손으로 우리 손을 감싸 주시고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시며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비록 고되고 거친 농부의 손이였지만 진심과 따듯함이 가득 느껴졌다.
내 카메라를 수줍게 쳐다보던 카이에게 카메라를 들려 주었다. 쑥쓰러움은 금새 사라지고 카이는 가르쳐 준대로 뷰파인터에 눈을 대고 요리 조리 랜즈를 돌려본다. 카이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 것일까. 카이의 꿈은 무엇일까.
<카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Photo by_Khai >
"카이야, 넌 꿈이 뭐니?"
"............."
카이는 아무 말 없이 수줍은 웃음만 보인다. 아직 꿈을 결정하지 못한 귀여운 나이 인가보다. 아니면 너무 많은 꿈을 꾸고 있어 행복한 아이 일지도 모르겠다. 부디 카이가 후자처럼, 장애와는 상관없이 행복한 꿈을 마음 껏 꿀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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