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7일 일요일

돈이 많아서 미안합니다

너무 많은 돈을 받고 있다. 사람에 따라, 몸 담고 있는 ngo의 환경에 따라, 하고 있는 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내 경우를 비추어 보면 나는 너무 과한 돈을 받고 있다. KOICA의 공적개발원조 자금 ODA로 (나는 KOICA 단원이 아니라 '한국NGO 해외 봉사단'이라는 이름의 국제개발 NGO 소속의 활동가 이지만, 돈의 출처는 역시 KOICA이다) 나에게 나오는 돈은 매달 주거비 350USD, 생활비 500달러 남짓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베트남 하노이(여러번 말하지만 엄연히 이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하노이가 아닌 '농촌'이다) 외곽의 우리 마을에서는 농민들은 물론이고, 나보다 돈을 많이 버는 월급쟁이는 없을 것이다. 마을 군수, 큰 가게 사장이라고 할 지라도 아마 나보다 돈을 크게 많이 벌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센터 직원들의 평균 월급은 나의 1/4 수준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너무나 존경스러운 것은 그들은 한 가정의 아버지이기도, 어머니이기도 하고, 한 집안의 살림을 이끌고, 부모를 부양하는 가장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그 돈으로 집을 짓고,(완공까지는 엄청 긴 세월이 필요하지만, 벽하나 벽하나를 완성해 나간다) 베트남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오토바이도 구입하고, 가족의 끼니도 챙기고, 아이들 교육도 시키며, 가끔은 병원도 간다. 물론 그들에게 여윳돈이 생겨서 은행을 가는 일은 생기진 않지만, 한국에서 살아온 내가 보기엔 그저 턱없이 부족한 그 돈으로 그들은 한 가정을 착실히 꾸려나가고 있다. 분명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경제 방식이 존재함에는 틀림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한달에 우리 직원들과 비슷하게 생활한다면(물론 우리 직원들은 딸린 식구 없는 홀연단신의 내가 훨씬 돈이 필요 없을 꺼라는 것을 인정한다) 생활비와 주거비의 명목으로 받는 850불이라는 돈은 너무나도 과한 돈이다.

주거비는 그렇다치고 내가 한달에 반드시 필요한 생활비는 200~300불이면 충분하다. 매일 저녁 시장에서 사온 건강한 요리를 해 먹고, 직원들과 가끔 옆동네 식당에서 커피나 맥주도 마시고, 로컬버스를 타고 시내에도 다니며,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싶을 땐 쎄옴도 탄다. 그리고 가끔은 고추장, 된장의 한국 음식도 구해다가 먹고, 부득이하게 하노이 시내에서 모임이 있을때면 외식도 하고, 직원들을 집에 초대해서 축구를 보면서 푸짐하게 한상(내가 불러놓긴 했지만, 요리는 우리 남자 직원들의 몫이다) 식사를 하기도 하고, 주말에 돌아오는 차가 끊겼을때는 택시를 타거나 시내 도미토리에서 잠을 자기도 하며, 가끔은 직원들에게 줄 깜짝 선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렇게 여유롭게 살아도 한달에 이곳 마을에서는 한달에 200-300USD면 충분하다. 물론 내가 이곳에 온뒤 쇼핑을 즐겨하지 않았고, 평소의 시내 문화생활은 꿈도 꾸기 힘든 지리적 접근성 때문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지금 나는 우리 직원들과 비슷한 돈으로 생활하고, 아니 생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위에도 말했듯이 내가 받는 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Africa Rising' 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에디오피아의 활동가 '아웰 멜라'는 엄청난 금액의 원조가 아프리카로 지원되었지만 그중 많은 돈이 단체와 기관의 외국인 인력을 위해 쓰였다는 것을 지적했다. 맞다. 가끔 봉사자들 중에 도대체 이곳에 왜 왔는가 싶은 사람들이 있다.(전부가 아니라 일부) 검증되지 않은 봉사자들이 너무 쉽게 개발 현장에 오는 것이 국제개발 인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의 목적이라면, 너무 과한 투자와 그른 방법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빈곤의 현장이 교육의 현장이 되어야 하는가,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해서 교육을 할 가치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사람의 활동가가 1년 동안 받는 돈이면, 이곳 탕와이현의 가난한 농촌마을의 스무개의 중학교에 도서관을 지어줄 수 있다. 조금 치사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약 만 달러 짜리 인력을 낭비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가난한 중학교에 스무개의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나은지는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고로, 우리는 도서관 스무개 이상의 역할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건 경험하고 있는 나도 정말 어렵고 어려운 이야기 이지만, 내가 지금 그만큼의 책임과 역할을 하고 있는가 다함께 반성해 보자.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혹자는 나와 조금 다른 상황의(시내에 살고 있고 돈이 풍족하지 않은) 활동가의 예를 들며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맞다. 여기서 불과 한시간 거리의 하노이 시내는 시내의 비싼 물가 덕분에 돈을 넉넉히 모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일부의 나와 같은 경우에 한해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koica 단원과 ngo봉사단원의 차이점 중 하나는 '귀국 준비금'이다. koica 단원은 활동 후에 귀국을 하게 되면, 귀국 후에 한국 적응을 위한 일정 금액의 준비금을 준다. 회사로 치면 퇴직금인 것이다. 그런데 ngo봉사단의 경우에는 그 '귀국 준비금'이 없다. 나같이 많은 돈을 생활에 쓰지 않고(분명 꽤 있을 꺼라고 생각한다) 서랍이나 통장에 모아두는 사람, 그리고 그 돈이 너무 많아 현지인들에게 그저 미안한 사람들의 돈을 '귀국 준비금'으로 돌릴 수 없을까? 그리고 귀국 전까지 그렇게 보관되는 돈으로, 혹은 그 이자로 조금 더 필요한 다른 사업을 진행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른바 '돈 놀이' 이다. 사실 나는 이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분명 귀국 준비금으로 모아진 돈을 귀국 전에 더 잘 유통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내가 알기로 올 해에 '해외 원조 단체 협의회(해원협)'에서 해외 각국으로 나간 7기 봉사단원은 180여명이다. 만약 그 들 중 한달에 200달러씩 50명만 귀국 준비금을 모은다면 한달에 10000달러이고, 100명이 모은다면 한달에 20000달러의 묶인 돈이 생긴다. 저금이 시원치 않는 나라에 통장에 넣어서 이자를 기다리느니, 나중에 목돈이 마련되기 전까지 조금 더 좋은 사업에 쓸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부풀어진 원조자금에 비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아주 작은 돈이지만, 여기선 큰 돈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약 5000달러의 돈이면 매달 1개의 중학교에 도서실을 만들 수 있다.







직원들과 아무리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더라도 내가 그들보다 몇배나 많은 돈을 받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물론 나도 인간이기에 내가 받는 돈을 줄여달라는 말까지는 차마 못하겠다. 하지만 적어도 작은 규모의 ngo에서 현지직원들의 이번 달 월급을 안밀리고 줄수 있을 지 없을 지 고민할 때에는, 내가 받는 월급이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작년에 어느 국제개발 강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활동을 하시던 분이 현지 스텝과 마찰이 생겨서 논쟁을 하던 중에 현지 스텝이 마지막에 하는 말이 "당신은 우리의 가난 때문에 돈을 벌고 있잖아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참을 화가나고 벙쪄서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 해 보니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국제개발 NGO의 목적이 빈곤이 퇴치되어 단체가 없어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빈곤과 개발의 현장 덕에 입에 풀칠을 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하고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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