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7일차. '모슬포항'부터 '송악산' 앞까지 올레길 10코스를 역방향으로 걸었다. 오늘의 여행은 그야말로 바람, 바람, 바람.. 내가 걸었던 곳에 대한 이야기 때문일까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내내 억울한 혼령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바람을 맞으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제주의 슬픈 역사가 몸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한 섯알오름에는 왜정때 일본의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 비행기를 위한 격납고, 탄약고, 비행장터, 벙커 등 일본이 제주의 이 지역을 군사 요새로 만들려 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또한 이런 군사 시설물을 만들기 위해 일본은 12세 부터 70세 까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의 주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노역을 시켰다.
그리고 영화 '지슬'을 보고 나서 더 와보고 싶었던 4.3 유적지. 1950년 4.3사건이 끝날 무렵 이 지역에서는 약 212명의 양민이 무고한 죽음을 당했다. 양민들은 새벽 2시, 5시 경 두 차례에 걸쳐 총살 달했고, 돌 무더기와 함께 현재의 터에 암 매장 당했다. 당일 새벽 그 만행을 발견한 유족들은 시신을 인도하고자 하였으나 계엄령의 무력에 저지 당했다. 그로부터 약 7년간 그곳은 출입 금지 구역이었으며, 1956년이 되어서야 149구의 시신을 처음으로 수습할 수 있었다.
베트남과 우리는 어찌 이리도 역사가 비슷할까. 무고하게 죽은 이 세상 모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게 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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