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베트남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자 했건만, 어제 문군이 몸살로 조퇴를 하는 바람에 병간호(말이 병간호지, 재운 다음 나 혼자 놀았음;;) 하느라 학교 등록을 못했다. 그래서 오늘 오전 내내 여기 저기 랭귀지 코스와 대학원 입학에 대한 정보들을 물었는데, 결론은 직접 가 봐야 한다는 것. 베트남에선 모든 것, 특히 행정 시스템이나 절차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내가 물어본 경우의 수가 곧, 답의 가지 수이다. 즉, 만약 세명에게 경우를 물었다면 셋 다 모두 다른 경험을 이야기 해 주니, 세개의 답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점심시간이 끝나는 2시정도에 하노이 사범대학교를 찾았다. 집에서 나설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 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걷기 시작한 것이.. 다리가 저리고, 기관지가 쑤시더니 사범대학교 정문이 눈에 들어오고 시계를 보니, 무려 출발로 부터 45분이 지나 있었다. '내 미쳤지..' 앞으로는 그냥 버스나 쎄옴 탈란다. 아니, 먼거리도 아닌데 운동할 겸 자전거를 살까? 아니면 위험한 큰 도로도 없는데 오토바이 한대를 살까? 사범대학교 정문에 들어설때까지 내 머릿속엔 온통 그 고민 뿐 이었다.
물어물어 사범대학교에는 베트남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베트남학과와 외국인을 위한 어학원, 이렇게 두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외국인 비전공자의 베트남학과 석사 과정 입학에 대한 문의도 할 겸 베트남학과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것저것 입학에 대한 질문 공세를 했더니, 역시나 이전에 여기저기 물었던 것과는 다른 또 다른 답변을 준다. 경우의 수가 한가지 더 늘었다..;;
암튼 이런저런 궁금한 사항들을 베트남어로 이야기를 한 후에, 선생님이 어짜피 베트남내 모든 대학원의 입학 기준 중 하나가 베트남어 C과정의 시험 통과이니, C 수업을 듣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사실 베트남에 처음 왔을때 정확히 한달 반 동안 주 2~3회 인사대에서 베트남어 수업을 했었고, 그때 당시 A1권을 마치고 A2권 책을 시작하자마자 센터 일이 바뻐 그 뒤로는 더이상 책상머리 공부를 하지 못했었다. 그 후의 내 베트남어 선생님은 직원들, 그리고 일하며 여행하며 오다가다 만나는 베트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내심 B권부터 해야하나 아님 A2부터 다시 해야하나 하고 있던 차에, 선생님 왈,
그래서 얼떨결에 들어간 옆 방에는 왠걸,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베트남 국적의' 청년이 C 시험을 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25년 집에서 베트남어를 써온 친구와 나를 동급으로 생각해 주시다니, 이거 실력을 높게 봐줘서 고마워 해야 하는 건지, 그들을 그냥 속인 것 같아 미안해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베트남 청년의 시험 감독을 봐주던 다른 선생님은 나를 보자 역시 같은 종이 한장을 내민다. 이런, 시험 본다는 말은 없었잖아요!! ㅠㅠ
'하얀건 종이요. 까만건 글씨지요.'
이 몇 년만의 시험지인가. 역시나 단어를 말로 익혔던 나에게 성조까지 붙은 글자들은 너무도 생소했고, 특히나 문법 부분에서는 전혀 답을 못찾았다. 나는 땀을 삐질 삐질 흘리다가 '저 까막눈이에요' 라고 웃으며 이실직고 했다. 결국 제대로 적힌 것은 이름란 뿐이었다. 그래서 시험은 괜히 본 꼴, 결국 'C'가 아닌 'B 수업'부터 먼저 듣기로 자진했다.
어쨌든 교재도 사고, 수강 등록을 마치고 나와 파릇파릇한 학생들과 함께 고목들이 가득한 교정 안을 걸으니, 이거 왠지 다시 대학생이 된 기분도 나고, 어린 기운을 받아 더 젊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한켠에선 군사훈련(제식훈련)을 받는 학생들, 함께 무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선후배, 나란히 앉아 달콤한 데이트를 하는 커플, 땀흘려 농구를 하는 남학생들,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여학생들, 그늘에 앉아 책장을 넘기거나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까지 캠퍼스의 활기와 낭만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그리고 학교 안, 학교 앞의 가게들은 어찌나 또 저렴한지, 우리 동네 반값인 커피와 간식들을 보자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래서 나는 내일부터 주 3일간, 2시간 반씩 하노이 사범대에서 베튼남어를 배우게 되었다. 며칠이나 갈까 모르겠지만, 이제 꾸준히 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왠지 흥분이 된다. 자전거를 살까, 오토바이를 살까. ㅎㅎㅎ
그래서 나는 내일부터 주 3일간, 2시간 반씩 하노이 사범대에서 베튼남어를 배우게 되었다. 며칠이나 갈까 모르겠지만, 이제 꾸준히 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왠지 흥분이 된다. 자전거를 살까, 오토바이를 살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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