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4일 일요일

[Mai Chau] '마을'은 아이를 자라게 한다


인간만을 위한 길이란건 본디 없었다 @Choi Yuri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락마을 입구 풍경 @choi yuri


물소는 목욕중? 수영중? 배변중? @Choi Yuri



부지런한 닭은 이미 새벽 4시부터 울어 재끼기 시작했지만, 지난 하루가 피곤했는지 나는 닭소리를 자장가 삼아 느릿느릿 모기장 밖으로 나왔다.

아침 9시. 사람들은 어디에선가 각자 자기 몫의 일을 하고 있다. 논을 돌보는 할머니와 혹 아저씨, 수레에 여물 가득 끌고 가는 옆집 아저씨, 집안 곳곳의 청소를 마치고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능숙하게 쓸어 담는 빙 아줌마, 그리고 이미 아침 일을 마치고 시원하게 씻고 쉬는 할아버지..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서두르는 사람이 없다. 이 마을에서 과하게 늦은 아침을 맞이한 이들은 우리밖에 없는데도, 아침잠 많은 나를 잘 아는 빙 아줌마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 하신다. 그리곤 거한 아침상을 바로 차려주실 기세다. 역시 이곳에 온 뒤로 무럭무럭 살찌는 소리가 들린다.


옆마을 산책 중 만난 탈곡기. 마을마다 추수가 한창이다 @Choi Yuri


그러고보니 내내 들리던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꼬맹이들은 이미 학교에 간 모양이다. 한 아저씨가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자 마을 곳곳 어딘가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 사람들이 아이에게 말을 걸어준다. 덕분에 아버지는 몇걸음 가지 못한 채 유모차를 연신 이웃의 집앞에 세운다. 이곳에서 아이는 어느 누구 집의 아이가 아니라 마을의 아이이다. 뛰 놀다가 누구네 집에 가서 밥을 먹기도 하고, 대문 없는 아무네 집에 들락날락 거리기는 예사다. 아이를 좋아하는 나를 보고 빙 아줌마가 아기를 언제 가질 거냐고 묻는다. '아기를 가지게 되면 내 일을 아무것도 못할까' 하는 요즘 젊은 엄마들의 그것과 같은 내 고민을 듣고, 아줌마는 쿨하게 이야기 한다. 

"괜찮아. 애들은 6개월, 아니 1년 지나면 풀어놓고 엄마 일 봐도 돼!"

정말 이곳에선 가능할 것 같다. 아이가 집 밖을 기어도 차나 오토바이 같은 오염되고 위험한 것들을 찾기는 쉽지 않고, 마을 어디를 돌아다니든 내 아이에게 눈 마주치고 말 걸어줄 사람들은 천지. 이런 곳에서 아이를 키우면 나 혼자 내 아이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육아 부담이 적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빙 아줌마가 한마디 더 내뱉는다.

"엠링~ 아기나면 여기 데리고 와~!"

으하하하하. 말만이라도 '깜언'. 조금씩 든든해진다.


내가 이곳에 오래 있으면 안되는 이유, 매끼 이런 식사를 차려주시니 정말 살 찌는 소리가 들린다  @Choi Y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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