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3일 일요일

호떠이 (서호)의 October 카페를 가다

#1
문군이 느러지게 자느라 나는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거실의 온갖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도 하고, 집정리도 좀 했다. 왠일인지 일요일 아침공기는 상쾌하니 뭔가 다른 것만 같다. 

열한시가 넘어 스물스물 일어난 문군에게 빈 밥통의 실체를 말하자, 역시나 이때다 싶어 중국요리를 시켜 먹잔다. 음.. 중국요리는 한달에 한번 이상 안먹겠다는, 둘만의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으나, 먹은지 한달은 된 것 같으니 콜. 세트메뉴의 욕심에 못이겨 역시나 또 과하게 주문을 해 버렸다. 매번 우리가 시키는 세트메뉴에 젓가락이 세개씩 오는 걸 보니, 우리 둘이 먹은 음식은 3인분인 것 같다.


#2
어제부터 계획했던 오늘의 일정은 늦은 아점을 먹고 민속학박물관에 가는 것. 오늘은 일년에 한 번, 베트남 북부 소수민족여성의 수공예품 공정무역 사회적기업인 Craft Link에서 주최하는 소수민족 바자르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행사에 3년 전에 한번 가 봤는데, 소수민족과 관련된 전국의 여러 단체에서 모여 부스를 선보이고, 각 소수민족의 공연이나 흥미로운 참여 워크샵 등의 프로그램도 중간중간에 있었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에는 Craft Link의 대부분의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나는 다행히도 어제 그 홍보물을 발견하고 오늘 가게 되었다. 

문군과 함께 오토바이에 오른 뒤, 확실한 주소를 찾기 위해 다시 그 홍보물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큰 실수를 깨달았다. 행사 날짜가 오늘이 아니라, 어제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어제 행사가 끝났다는 것이었다. 이런..


#3
우리는 급 계획을 바꾸어 UNIS(UN International School)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역시 오늘 국제하노이여성클럽 (IHWC)에서 주최하는 큰 바자르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처음 가 본 UNIS는 어마무시하게 큰 학교였다. 호떠이(서호) 옆에 붙은 신도시 지구 안에 위치하기도 했고,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학생들이 다니기 때문에 분위기 역시 다른 국제학교들과는 사뭇 달랐다. 학교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입장 표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 뭔가 이 체계적인 시스템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 쯤, 우리 앞의 앞 사람이 구매하려는 순간 표를 팔던 스탭 아줌마로부터 허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딱 만장을 출력했는데 지금 표가 다 팔렸어요. 규정상 만명 이상은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오늘은 제대로 꼬인 날인가 보다. 내키보다 훨씬 높은 천막으로 된 바자르 벽을 둘러봤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뾰죽한 수는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바자르에 내가 만나고 싶은 수 많은 엔지오와 사회적기업들이 부스를 차렸단다. 너무 아.깝.다... ㅠㅠ


#4
허망함과 섭섭함을 뒤로 하고 호떠이를 찾았다. 오토바이가 생기고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이다. 마음만 먹으면 차비 걱정 없이, 동선 걱정 없이 호떠이나 호앙끼엠 등 시내를 마음껏 오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드라이브를 마치고 우연히 찾은 이쁜 스튜디오 카페. 11월 어느 날에 만난 10월의 카페. 조용히 앉아 있으니 한바탕 해프닝이 별거 아닌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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