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파키스탄 '훈자'에 가기 전 훈자에 살고 있는 복마니 오빠(Garden Lodge)에게 파키스탄 여행을 위한 이런 저런 부탁을 많이 했었는데, 간신히 딱 비자를 받고 나니 너무 고맙고 수고스럽게 한 것이 미안해서 "뭐 도와드릴 것 없어요?" 라고 물었던 것이 후에 그렇게 큰 일이 될 줄 몰랐다. 오빠가 돕고 있는 훈자의 아이들이 신발이 필요한데 한국에서 구매한 신발을 파키스탄에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애기들 신발 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흔쾌히 그려믑쇼... 했는데, 막상 택배를 받고 나니 무게가 상당했고, 가방 안에 넣을 수 없는 부피였다. 원래 여행시에도 짐을 적게 싸는 편이라 가방도 크지 않았기에, 결국 훈자에서 만나기로 한 여행자 언니에 부탁해 반씩 나누어 가방에 묶었다.
그런데 파키스탄에 가기 전 한달로 기획했던 나의 두번째 인도 여행은 세 달로 늘어나 버렸고, 심지어 그때쯤 내가 지나가야 할 파키스탄 곳곳에선 일주일에 몇 건씩 테러가 나고 있다는 뉴스는 인도 TV나 신문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인도에서 만난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려던 많은 여행자들은 대부분 루트를 바꾸었고, 나도 파키스탄은 위험하니 다음에 가라 라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마다 3달동안 찌그러 질까 조마조마 하며 등에 메고 다녔던 아이들 신발을 생각하며, "난 그냥 가야되요" 라고 당연히 가야 하는 곳 처럼 말을 하곤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그 신발이 없었다면 나역시 다른 여행자들처럼 훈자의 그 아름다운 대자연과 그 아름다운 동네의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의 여행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을지도 모르고, 지금도 역시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삼라 만상 모든 일은 다 연결 되어 있다는 진리는 참 맞는 말 같다. 결국 고맙게도 나는 그 신발을 신어줄 아이들 덕분에 파키스탄에서 한달을 보냈고, 꿈에도 못잊을 풍광들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들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여기, 내가 했던 일과 비슷한 것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모름지기 도움이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때에 필요한 것을 잘 주어야 하는데 이곳은 개별 여행자들을 상대로 그런 도움을 진행하는 곳이다.
Rebecca Rothney 는 그의 남편 Scott Rothney와 함께한 첫번째 아프리카 여행때에 45kg의 수하물 허용량 중에 18.14 kg 만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들은 두 번째 아프리카 여행 때 보츠와나에 있는 학교를 방문하기로 기획하고, 사파리 여행사에 그 학교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그들은 학교에 64kg의 필요한 물품을 기증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경험 이후로 부부와 주변 여행자들은 아프리카 및 다른 나라의 여행을 통해 필요한 학교에 453kg의 의류, 교육용품, 의료용품 등을 제공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이 단체와 'PACK for a PURPOSE'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왜 모든 여행자들이 자신의 수하물 할당량을 다 사용하지 않는지 여행사에 물었다. 그리고 여행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무도 당신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PACK for a PURPOSE'는 그냥 산골 오지마을에 가서 모나미 펜이나 원달러를 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뻔히 그나라에 잘 팔리고 있는 물건이 있는데, 외국에서 좋은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서 그 마을 상점을 죽이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적재적소에 힘을 실어주자는 얘기다.
Make a difference in the lives of children around the world.
Use available space in your luggage to provide
supplies to the communities you visit.
If just 500 individuals pack 5 lbs (2.27 kgs) each,
we can provide 1.25 tons of supplies!
책임에 부담스러운 공정여행 상품도 아니고, 여행자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이다. 홈페이지에 써 있는 아래의 말 처럼 당신의 배낭 구석에 들고가는 단 2.27KG의 무게가 개도국의 어린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당신의 짐을 조금 줄인 가방 안의 2.27KG 여유 공간에는 400자루의 펜이나 공기를 압축한 5개의 축구공이나 청진기, 혈압계 밴드, 500개의 반창고 등을 들고 갈 수 있다.
You Can Have A Big Impact!For just 5 lbs (2.27 kgs), you can bring
• 400 pencils or• 5 deflated soccer balls with an inflation device or• A stethoscope, a blood pressure cuff, & 500 band-aids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2. Find your accommodation3. Choose the supplies you wish to take4. Then simply deliver the supplies to your accommodation.
개별 여행자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내가 가는 그 곳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보고 힘을 조금 보태는 것이다. 이게 바로 공정여행, 착한여행, 책임여행이 가야 할 방향이다. 여행 초반 짐싸기를 어려워 하는 사람이 많은데, 답은 간단하다. 가져갈까 말까 하는 짐을 모두 버리면 된다.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조금은 불편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것이 삶이다. 평생도 아니고 내 삶의 극히 일부인 여행기간동안이나마 잠시 그들의 삶을 겪어 보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도 한국과 똑같이 살려 한다면 그냥 집에서 편안히 여행 다큐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여행자들은 여행 중에 '짐은 업보다'라는 말을 한다. 업보를 줄이고 아이들에게 줄 희망을 담아가자.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www.packforapurpose.org 에 가보면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블로그의 글과 사진을 퍼가실때는 미리 동의를 구해주시고, 비방이나 욕설은 삼가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