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4일 수요일

제1회 누가누가 베트남에서 나쁜 짓 하나 경진대회

두둥..!!
믿거나 말거나 내맘대로 '제1회 누가누가 베트남에서 나쁜 짓 하나 경진대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먼저 후보부터 알아보죠.



기호1번. 한국 NGO와 종교단체.
한 해에도 수 없이 많은 봉사단과 교회 선교팀이 베트남 곳곳을 방문한다. 그들은 나보다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짧게 봉사를 하거나, 혹은 우리 종교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자 선교활동을 하고, 혹은 겸사겸사 한국보다 물가가 싼 베트남 여행을 하고 간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베트남에 있는 짧은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이 배불러지고, 내가 이곳에 이들을 위해 뭔가를 남겼다면서 뿌듯해 하며 돌아간다.


기호2번. 한국 미디어.
TV에선 한국 드라마가 방영 되고 있고, 그 속의 한국 거리와 한국 가정들의 모습은 이곳의 서민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가수들을 비롯한 연예인들은 이곳 시골 아이들에게도 꿈에라도 만나보고 싶은 우상이다. 여자들은 TV 속 한국 남자들에게 시집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한국어과는 인기학과가 되었다. 한국 기업이나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호3번.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
하노이 시내에 삐까뻔쩍하게 이제 막 생기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한국 대기업들의 초고층 건물들이고, 수많은 한인들이 수많은 한국 회사들이 베트남 도시 곳곳에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상사를 둔 베트남 부하 직원들은 급격히 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시장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다.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두둥..!!


<내맘대로 심사결과 : 기호1번. 한국 NGO와 종교단체>

없느니만 못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지난 주 미국에서 일하고 계신 한 유능한 의사선생님이 하노이에 와서 해 주신 강연 중에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한국의 한 유명 의대에서 몽골에 있는 백내장 치료를 해 주러 매년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단다. 백내장 수술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수술이고 단기간에 환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경험을 하게 되는 등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의료 봉사활동에 아주 적합한 수술이었다. 의사들은 일주일 여 간의 짧은 기간 동안 밤잠 안자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수의 환자를 위해 열심히 수술을 했다. 그건 분명 잘하려고 한 짓이다. 예사말로 좋은 일 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에 있었다. 몽골은 사회주의 국가로 우리나라보다도 인구수 당 의사의 비율이 훨씬 많다. 몽골에는 아주 많은 수의 의사들이 풍족하게 있는데, 그들이 백내장 수술을 못하는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치료할 약과 장비가 부족해서였다. 한국의 의사선생님들은 많은 수의 몽골의 백내장 환자들에게 세상의 빛을 보게 해 주었지만, 결론적으로 수술을 받은 백내장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이 한국의사들이 해주는 간단한 수술을 해주지 않는 몽골 의사들은 돈만 아는 놈들'이라고 인식해 버렸다. 게다가 한국 의사들이 수술을 해 주었던 환자들은 전체 몽골 백내장 환자의 아주 극소수이다. 그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그 환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훨씬 더 할 것이고, 몽골 의사들에 대한 적대감도 더 커질 것이다. 방법은 그들이 하게 만들었어야 한다. 봉사단도 몽골 의사들을 앞세워서 한국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많은 몽골 환자들을 수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했다. 봉사단의 비용을 더 적절히 활용해 더 많은 몽골 의사가 더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게 만들었어야 했다.

베트남의 예는 아니었지만, 지금 베트남에서도 역시 무분별한 한국 NGO나 종교단체의 단순지원이 역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하나의 예로, 베트남은 사회 주의 체제 때문에 정부기관의 힘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 지원이나 사업에 대한 대상자(흔히들 쓰는 용어로 수혜자)를 선택하는 일이 단체가 원하는 빈곤계층과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 또한 베트남은 혈연이나 지연의 관계가 우리나라보다 아주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의 대상자가 아닌 비非 빈곤계층도 인맥의 영향으로 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열에 한둘은 사업 관계자(대부분 인민위원회나 정부기관의 간부)의 지인이 들어가게 되어 있다. 수직적 관계가 익숙한 베트남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그 부당함에 항의를 하거나, 처음부터 인맥의 고리를 알고 차단해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야 그 마을에 와서 돈(혹은 지원품)을 전달하고 필요한 사진을 찍어서 돌아가면 되지만, 남아있는 마을 사람들은 이전 보다 더한 부익부 빈익빈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빈곤퇴치가 그들의 목적이라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다. 선의를 가지고 약간의 지원을 하고 싶어하는 한 한국 분이 계셨다. 그분의 방문과 지원에 대해 논의를 하던 중 직원들이 자꾸 과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방문하는 곳에 선물을 가지고 가는 베트남의 풍습에 따라, 인사차 학교에 방문할 때 아이들에게 필기 도구 정도를 선물로 준비해 달라고 제안하자 하니, 직원들은 굳이 컴퓨터를 부탁해서 기증받자고 한다. 컴퓨터는 쉽게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하자, 같이 일하는 동료의 입에서 너무도 쉽게 이런 말이 나왔다.
“한국 사람들은 돈 많잖아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순간, 내 심장에선 화가 나고, 부끄러운 동시에 미안한 감정이 마구 뒤범벅되었다. 누가 이들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심어주었는가.

봉사단이든 방문객이든 여행객이든 어디에 있건 베트남 그 마을에 있는 동안은 적어도 그들처럼 살아야 조금 더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면 이곳에 자랑하고 과시하러 온 것밖에 더 되는 것 아닌가. 한국 사람들을 오랫동안 봐 왔던 우리 직원들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수혜자나 마을 사람들이 봉사단이나 후원자들에게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은 얼마나 심했을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들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생활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러나 이미 고착화된 한국인에 대한 이 곳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기는 쉽진 않다. 그저 가난하게 사는 나를 한국의 희귀종쯤으로 생각한다. 직원들도 잘 안타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나에게 밥을 사주며 이것저것 챙겨준다. 나의 바람은 이곳을 떠날 때쯤 적어도 나에겐 한국인에 대한 상대적 논리를 적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제발 나를 한국인이 아니라, 그저 베트남에서 만난 한 친구쯤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내맘대로 심사결과 : 기호2번. 한국 미디어>

<내맘대로 심사결과 : 기호3번.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

죄송하지만, 아직까지 2번과 3번 후보에 대해서는 필자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은 목구멍 앞에서 간질간지거리고 있으나, 감히 섣불리 평가해서 욕 바가지고 먹기는 싫기에 조금 더 고민하고 차후에 두 후보에 대한 심사결과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저희 대회에 관심 갖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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