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사무실 옆 3m 높이로, 센터의 모든 전기를 관리하고 있는 '변압기'가 설치 되어 있는데 아침부터 갑자기 연기가 피어 올랐다. 누군가의 발견으로 급히 관리 직원이 센터의 모든 전기를 차단했고, 직원들 모두 마당으로 나와서 지켜보고 있자니 '타닥 타닥' 소리와 함께 커다란 벌 몇마리가 상자에서 나오는 것이라. 우리는 변압기 안에 벌집을 지은 벌들의 소행으로 추측을 하고 연기가 멈추기를 조금 기다려 보았다.
한참 후, 연기는 멈췄고 오토바이를 타고 지역 전기공사 직원 두명이 도착했다. 약간은 허술해 보이는 직원이 나름의 안전장치로 무장을 하고 3m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뭔가를 확인한 뒤 다시 내려왔다. 범인은 '벌'이 아니라 '쥐'였다. 전기줄 사이에서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장렬히 전사한 '쥐' 한마리 때문에 연기가 났던 것이다. 전기공사 직원들이 한바탕 정리를 하고 난뒤, 워낙 꼼꼼하기로 유명한 우리 베트남 Hoa 소장님이 갑자기 그 직원들에게 다가가셨다. 15,400,000vnd($770)이나 내고 수리 및 점검 (사실 아저씨들의 역할이라곤 다 타버린 쥐를 빼준 것 뿐이지만) 을 받았고, 이제 변압기에 완벽히 이상이 없다고 했으니 당분간은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거라는 책임의 글에 서명을 하고 가라고 아저씨들을 붙잡으신 거였다.
그리고 아무도 말릴 틈 도 없이 Hoa 소장님은 아저씨들에게 서명을 받고야 마셨고, 아저씨들은 생각에도 없던 책임 전가로 화가 나서 전기를 안 켜 준채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보통의 베트남의 경우엔 아저씨들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약간의 돈을 쥐어 주는 것에 반해 책임 전가 문서에 서명까지 하고 갔으니 나는 화난 아저씨들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리고 아저씨들이 돌아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공사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올해부터 베트남 정부의 법에 따라 모든 기업들의 개별 전기는 40,000,000vnd($2,000)을 내고 새로 등록을 하고 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부터 이미 시작된 절차라고는 하지만 이전에는 강제적으로 교체에 대한 얘기가 없었으니, 강력한 의무 시행 사항은 아닌 듯 했다. 사실 새로운 시스템의 교체라는 것이 그냥 구멍난 변압기 철통의 밑면을 약 500,000vnd 정도에 교체하고, 안전에 이상이 없다라는 확인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우리는 '설마 설마 전기를 안주겠어??' 하는 생각으로 오후 내내 사무실에만 발전기를 돌려 임시로 전기를 사용했고, 오후 5시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 나자 간사 셋이 쉬려고 발전기를 돌리는 건 너무 아까워서 발전기를 꺼 버렸다. 그리고 아직 해가 기울지 않은 시간 동안 지는 해의 조명에 의지해서 이른 저녁을 먹어 버렸다. 드디어 어둠이 찾아온 저녁 6시 반, 긴긴 밤이 시작 되었다. 평소에는 휘엉청 밝기만 했던 달도 오늘은 오후 내내 비가 와서 인지 제 모습을 드러내주지 않았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센터 마당의 밤은 시원은 했으나 역시 어두웠다. 아무리 이곳에서 오래 지내도 어둠은 익숙해 지기 힘든가 보다.
아잉 뚜언에게 오토바이를 잠시 빌려 각 방에 있는 두 간사님을 뒤에 태운뒤, 잠시 옆동네 카페로 마실을 다녀왔다. WIFI 된다는 소문에 노트북까지 다 가지고 갔건만, 깜깜 무소식의 네트워크 신호에 주인 아줌마는 '아들이 공부 안하고 계속 오락만 하는 바람에 올 여름부터 WIFI를 끊었다'고 하셨다. 아, 그럼 간판에 써 있는 WIFI 글자는 좀 지워 주시지..;; 우리 센터만 제외하고 일상처럼 전기가 들어오는 마을은 아주 평온했고, 언제 갑자기 멈출까 덜덜거리며 달리는 고물 오토바이 위에서 맞는 밤 바람은 무척이나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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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구멍이 난 전압기 보관 상자, 이 바닥만 교체하면 되는데 그 값으로 200만원을 내란다..;; |
기나긴 밤이 지나고, 다음날 소장님들이 백방으로 전화를 하고 여기저기 알아 봤지만, 다른 대안은 없었다.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발전기로 사무실에멘 대체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고, 전기 공사 아저씨들의 화가 풀게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전기를 만들어 낼 방안도 딱히 없었다. '돈 안내면 전기 쓰지 마라'라는 괘씸한 심보로 인민의 전기를 끊어버린 전기공사도 참 치사하지만,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잔소리의 신, Hoa 소장님이라는 사실을 모든 직원들은 쉬쉬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고작 몇 십만동이면 간단히 해결 될 수 있었던 이 문제에 어마어마한 돈이 나가게 된 상황에 한국 최소장님 역시 무척 화가 나셨다.
억울해 하시던 최소장님이 아잉 뚜에게 한국말로 물으셨다.
" 엠뚜, 이럴때 한국 말로 뭐라고 하는 지 알아요? "
알아 들을리 없는 아잉뚜가 되물었다.
" 네?? 무엇이요? "
소장님이 다시 또박또박 말씀하셨다.
" 뚜, 따라해봐. 긁. 어. 부. 스. 럼.!! "
영문을 모른 아이뚜가 그 특유의 발음으로 따라했다.
" 근. 거. 부. 썸?? "
* 뒷 이야기 *
결국 Hoa 소장님과 전기공사 간부의 질긴 전화 통화 레이스 끝에 우리에게 돈을 준비까지 약 한달간의 시간을 주기로 했고, 다음날부터 다시 한 달 간의 '시한부 전기'가 들어왔다.
"다음달 까지 돈을 준비하지 않으면 전기를 주지 않겠다."
이전 마치 전기가 인질로 잡힌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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