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다에서 가장 잘생긴 꼬책 아주머니네 막내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막내 아들은 방송국 카메라맨인데 못생긴 동갑 리포터와 일을 하다가 눈이 맞아 버렸다. 이번 결혼식으로 모든 자식들을 다 처리해 버리신 꼬첵 아주머니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해드리긴 하지만, 우리 동네에 미남 한명이 이렇게 또 사라진다는게 어딘지 모르게 참 씁쓸하게 느껴진다. 참 잘생겼었는데...
베트남 도심에도 한창 예식장에서 식을 올리고 식당에서 피로연을 하는 현대식 결혼이 유행하고 있지만, 아직 이곳은 시골 마을 답게 집에서 3일 간의 결혼식이 진행된다. 가장 메인 날은 마지막 날이고, 이틀 전부터는 밤에 사람들이 와서 차를 마시며 축하를 해 준다. 꼬첵 아주머니가 또 워낙 마당발이라 그러신지, 전날 밤 잠깐 차마시러 가자는 직원들과 들른 아주머니 집 마당에는 모든 빙다 마을 주민들이 온 것 같이 앉을 틈이 없었다. 3일간 약 400~500명의 사람들이 신랑 집을 찾는다고 했다.
저녁에 센터로 찾아온 직원들이 '차'만 마시러 가자는 말은 진심이었다. 정말 마지막 날 식 전의 이틀 동안에의 식탁 위에는 오는 손님들을 위해 덩그라니 차와 해바라기 씨, 그리고 약간의 사탕이 있었다. 그리고 불러주는 사람 없는 가라오케를 배경음악으로 동네가 떠나가라 틀어 놓은 것이 전부였다. 우리도 사람들 틈에 껴서 테이블 위에 올려진 차를 몇잔 마시고 나서는 웨딩앨범을 구경했다. 앞장을 유리로 만들어 돌덩이 같이 무거운 결혼앨범안의 사진들은 어찌나 영화같이 연출을 하고, 뽀토샵 질을 했는지 70년대 하이틴 스타들 마냥 아주 닭살스러웠지만, 소장가치 있을 만치 예쁘게들 나왔다. 아오, 근데 이 친구 정말 잘생겼다.
그런데 몇 시간은 자리를 채우고 있을 것 같이 말하던 직원들이 (심지어 경비직원 아잉 뚜언은 여기 온다고 근무시간을 교대까지 했다) 갑자기 그만 일어나자고 했다. 이건 뭔가?? 알고보니, 나를 데리고 꼬책 아줌마네 방문한 노총각 4명의 목적은 피로연을 빙자한 새로운 '즉석 만남'이었지만, 주변의 여자라곤 온통 할머니나 애 엄마들 뿐이니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급 행로를 바꾼 노총각들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가, 라, 오, 케'..!! 노래방에서 노래 하다가 잠시 정전된 것,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 직원들이 심각한 수준의 음치에 박치인 것을 알고는 충격에 휩싸인 것을 빼고는 아주 즐겁게 놀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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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전 직원이 정식 점심 초대를 받고 다시 찾아간 꼬첵 아줌마네. 결혼식 날짜가 평일이었기 때문에 원래는 모두 센터에서 일을 하다가 11시 반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는 것이였으나, 아침부터 걸려온 꼬첵 아줌마의 전화는 '신랑이 11시에 신부네로 가야하니 10시 반까지 와서 밥을 먹어라' 하는 것이었다..;;; 점심을 너무 일찍 먹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이미 새벽부터 많은 하객들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갔다라는 얘기를 듣고는 나는 다시 조용히 오토바이에 올랐다. 그리고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육식 위주(?)의 음식들을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
이제 꼬첵 아줌마네 놀러가면 대 놓고 막내 아들 구경하며 눈으로 즐거워 하진 못하겠지만... "부디 행복하게 살고, 아이는 꼭 아빠 닮기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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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입구와 집 앞 골목에 가득한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결혼식 장식들. 시골 마을에선 거의 마을 축제 분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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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득한 남자측 하객들. 여기도 역시 옆집에선 여자들이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 나르고, 남자들은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는 행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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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파티에 빠질 수 없는 가라오케 반주기. 참고로 이것은 꼬책 아줌마네 기계. 여유가 안 되는 집은 좋은 기계를 대여를 하지만, 조금 여유가 있는 베트남 시골 가정은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국민 성향 답게 집에 이 정도의 가라오케 반주기를 보유하고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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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전달. 봉투 하나하나에 각자 이름을 써서 꼬책 아줌마에게 직접 전달. 친분과 상관 없이 여기 시골처럼 집에서 피로연을 하는 경우에는 조금 적게, 시내처럼 식당을 빌려 하는 경우는 조금 많게 돈을 넣음. 각자의 식비를 조금 넉넉히 낸다는 개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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