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8일 화요일

[HCMC] '쩌우독'으로 가는 '프엉짱 휴게소'에서

#1.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어짜피 내 비자 만료일 3일 전에 캄보디아로 가서 비자 클리어를 하고 와야 했기 때문에 국경마을로 가야했다. 이미 가 봤던 빈롱이나 껀떠보다는 여행자들이 적은 조금 더 구석지고 조용한 마을로 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지도를 보다가 내 눈에 새로운 국경마을 이름이 하나 들어왔다. 이름하야 '쩌우독(Chau Doc)'.




#2.
버스터미널에서 쩌우독행 버스를 탔고, 외지는 외지인지라 다행히 바람대로 여행자득 북적북적한 오픈투어 버스와는 달랐다. 무더위 속에 하루 종일 싸돌아다닌 강행군 끝에 나는 버스를 타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그렇게 몇시간인가 꿀잠을 잔 것도 잠시, 휴게소에 차가 정차했고 우루루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얼떨결에 버스에서 내렸다. 잠이 깬 이상 기지개라도 피지 않으면 휴게소에 정차하는 시간 동안 버스 안에 갇혀 홀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버스는 휴게소에 정차할 때, 보안상의 이유로 시동을 끄고 문을 닫아버린다. 내릴려면 다른 승객들 내릴때 잽싸게 내리시길;;) 사람들을 따라 화장실 앞까지 갔다가 별 볼일이 없어 그냥 다시 돌아 나왔는데, 그 사이 내 목적지인 'Chau Doc' 이라고 써진 버스가 멀리 돌아서 다시 내 앞에 와 있는 게 아닌가. 긴가 민가하면서 차에 올랐는데, 내 자리로 가니 아니 왠걸 어색하다. 뭐지? 하고 멍하게 서 있으니, 차장 아저씨가 그 자리 맞다고 빨리 앉으란다.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맞다. 이건 분명 내 자리가 확실히 아니다..!!' 몇시간 전, 처음 버스에 올라 자리를 확인했을 때, 좌석이 뒤로 재껴지는 손잡이가 부러져서 의자 밑으로 손을 깊숙히 넣어 간신히 조금 젖힐 수 있었는데, 이 버스의 내 번호 자리엔 버젓히 손잡이가 달려있지 않은가. 그때 마침 창 밖으로 우리 차에 탔던 아저씨가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막 떠나려는 차에서 얼른 뛰어내렸다.

그런데 막상 차를 보내고 나니, 차 한대 없는 텅 빈 주차장이 이상해 보였다. 설마.... 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순간 먼저 떠오른 생각 하나, 여기 휴게소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구나. 저 안에서 음식을 사 먹으면 되겠고, 잠은 저쪽 의자에서 자는 게 좋겠구나. 버스 에어컨이 추워서 잠바를 하나 꺼내 입고 있길 정말 잘했다. 그 다음 떠오른 생각 하나, 떠나버린 버스 트렁크에 내 큰 배낭이 담겨 있구나. 다행히 여권과, 돈과 컴퓨터와 카메라가 담긴 작은 가방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의 여행은 문제 없구나. 사실 지금 가지고 있는 짐이면 여행이 충분할지도 모르겠구나. 노트북 충전기가 없는 것만 빼고, 당장 칫솔이 없는 것만 빼고는 별 문제는 없지 않을까?


찰나의 시간동안 걱정보다는 홀가분해짐에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잠시, 저 멀리 어둠속을 돌아 원래 내가 탔던 Chau Doc 행 버스가 나타났다. 다시 찾은 배낭이 반갑긴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고 조금은 부담스러운 이 기분은 뭐지? 나 변태인가…;;

반갑지만은 않았던 그 배낭녀석.. 미안




#3.
내가 굉장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자유롭고 싶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하고, 나만의 공간 속에서 공상하기를 원하면서 방해 받고 싶지 않은 사실은 외톨이. 내가 가진 그런 자존감이 절대적으로만 좋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자존감이 강해지면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 때문에 잠이 확 깬 버스안에서 잡생각.

역시 외진 지역으로 가는 버스라 좌석이 꽉 차지 않았다. 두자리에 누워서 편히 가야겠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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