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일 토요일

[Moc Bai 국경] 사이을 가르는 선, 그리고 사이을 잇는 선 '국경'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향하는 버스 안, 버스가 강을 건너고 있다. 버스는 사람을 싣고, 배는 사람을 싣은 버스를 싣고 메콩강 줄기 일지도 모르는 작은 강을 건넌다. 오토바이는 돼지를 싣고, 트럭은 넘칠듯 작물을 싣고, TV는 한류를 싣고 양 국경을 오간다. 전쟁이라는 재앙을 가지고 국경을 넘어 인간들이 넘어왔고, 평화와 화해라는 명분으로 다시 국경 넘어에서 손을 내민다. '선은 사이를 가르고, 선은 사이를 다시 잇는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접했던 킬링필드의 강렬한 인상이 아직도 서늘하게 남아있는 가운데, 카지노 가득한 국경을 넘어 버스는 어느새 베트남에 들어와 있다. 베트남전 당시 구찌 터널로 유명했던 구찌 지역을 지나간다.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버스에선 그간 간신히 참아 왔다는 듯이 바로 신나게 영화 한편을 틀어주는데, 그게 또 미얀마 정부군과 반군들의 잔인한 내전 장면이 가득한 '람보'다. 나이를 보여주듯 눈이 축 쳐진 '실베스타 스텔론'이 나와서 '그래도 나의 근육들은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뒷짐이나 질 수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과하게 굵은 팔뚝으로 무시무시한 것들을 마구 쏴 댄다. 그리고 그것들은 사람들을 종이장마냥 너무나도 쉽게 갈기갈기도 찢어 놓는다. 영화에서 사람들은 너무 태연하게도 동강이 나고, 구멍이 나고, 터지고, 찢기고, 심지어 갈린다. 영화는 내내 누가 더 강하고 잔인한가에 대한 람보와 상대군의 무지막지하고도 무모한 대결을 보여준다. 결국 늘 그렇듯이 주인공 람보가 살아남고, 영웅이 된 그는 멋있는 척하며 미얀마의 작은 시골마을을 유유히 떠난다. 지구상에 가장 잔인한 것은 바로 인간이다.


차창 밖, 베트남 국경 목바이(Moc Bai)를 지나자 연날리기 한마당이 펼쳐진다  @Choi yuri

영화가 끝나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구찌의 어느 공원에서 온갖 연들이 하늘에 가득하니, 평화로운 연날리기 한마당이 열린다. 연으로 가득한 푸른 하늘이 아름답다. '곧 해가 지겠구나'는 감상도 잠시 곧 미친듯한 오토바이 행렬이 이어진다. 아, 정말 베트남에 왔구나. 시끄럽고, 더럽고, 비싸고, 정신없는 베트남에 나는 다시 와버렸구나.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절로 번졌다.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베트남에 다시 와버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지는 이 풍경, 그리웠나보다.  @Choi Y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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