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꼰뚬에서 유일한 지역 여행정보 센터에 지도나 하나 얻을까 하고 갔다가, 점심시간인지 휑하니 아무도 없어 퇴짜를 맞았다. 강가에 있는 노천 커피숍에 들어갔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생산율이 무려 세계 2위인 베트남의 커피는 이곳 중부지방의 특산이기도 한 만큼, 역시 커피를 한잔 시켰다. 이곳 중서부에서는 카페쓰어(연유를 듬뿍 넣은 찐한 커피)를 시켜도 에스프레소 잔만한 작은 잔에 북부보다 훨씬 더 진하게 커피를 준다. 한국에서는 커피를 일주일에 한잔이나 마실까 말까했던 인간이지만 지난 2년간 거의 매일 마셨던 G7(진한 베트남 인스턴트 커피)로 이제는 진한 베트남 커피가 익숙해 질만도 한데, 이건 정말 눈 딱 감고 '원샷'해야 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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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뚬 카페 스타일 삼종 세트 : 구수한 냉차, 기다림이 필요한 까페쓰어, 물수건이 담긴 얼음 그릇 @Choi Yuri |
#2.
정말 심신이 녹을 정도로 더운 이곳, 서늘한 밤공기와는 정말 대조적이게 뜨겁다. 노천 커피숍에 있는 편한 의자에 앉아 멍하니 부는 바람을 기다려보니 문득 '날씨과 경제발전은 분명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잡생각이 든다. 이런 날씨와 이런 늘어짐 속에서 노동력을 강구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저 태양 볕 아래를 5분만 걸어도 금새 정수리가 뜨끈뜨끈 해지고, 그늘에 앉아 있어도 눈부신 햇볕 때문에 자꾸 미간이 찡그려진다. 손가락 까딱 않고 숨만 쉬어도 어느새 땀은 송글송글 맺혀오고, 방금 먹은 점심은 이미 뱃속에서 꺼져버렸다. 한국이 만약 이런 날씨라면 전 세계 노동자들이 다 아는 한국어인, '빨리 빨리'라는 노동언어는 생기지 않았을지도.
저기 뜨거운 볕 아래로 한 아저씨가 온갖 잡화를 주렁주렁 매달은 커다란 보드를 매고 어디론가 황급히 길을 건너간다. 이 외국인 없는 조그만 동네에서 저 싸구려 썬글라스를 하루에 몇 개나 팔 수 있을까. 아저씨의 빠른 걸음을 보니 내가 다 숨이 막힌다.
#3.
부온 마 투옷(Buon Ma Thuot)도 그렇고 이곳도 그렇고 중서부 지역에 오니 식당을 가든, 커피숍을 가든, 노천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든 항상 물 대신에 요 고소한 차를 준다. 쓰디쓴, 하지만 첫 만남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꿀꺽 마셔버렸던 하노이의 진하게 우려낸 녹차와는 다르게, 보리차 마냥 구수하니 꿀떡꿀떡 목구멍을 잘도 넘어간다. 요거 맛나다. 시원한 차를 몇 컵째 마시고 나서 한국으로 엽서를 썼다. 손에 난 땀 때문에 엽서가 자꾸 손바닥에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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