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6일 화요일

[Kon Tum] 어느나라 사람이에요?

에피소드 1)

꼰뚬의 빙선(Vinh Son) 고아원 아이들은 90% 이상이 소수민족이다. 아이들 중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수민족은 '바나(BaNa)족'이며, 때문에 아이들끼리는 주로 '바나어'로 말을 한다. 그리고는 나와는 다시 또 베트남어로 대화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너는 어느나라 사람이니?' 라고 물으면 '베트남 사람이에요'가 아니라 '바나 사람이에요' 혹은 '00 사람이에요'라고 자기 민족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오후 내내 나랑 한참을 놀던 아이들 무리 중 한 아이가 가우뚱하며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쌤, 근데 쌤은 베트남 사람 맞죠?"

갑자기 이 왠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나는 다시 되물었다.

"하하하. 내가 너한테 지금 계속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있는데, 왜 베트남 사람이라는 거야?"

"아, 그렇죠? 근데 베트남 사람이라 한국 사람은 되게 닮았어요. 맞죠?"

"응 맞아. 많이 닮았어."

"근데 한국 사람이 더 예쁘고 잘생겼어요."

"아니야, 베트남 사람들이 더 예뻐.

"아니에요. 한국 사람들은 하얗고..."

"또안아, 쌤도 한국사람이야.....;;"

"어......쌤은.....................;;;"

아이는 끝내 말을 못있는다.

"하하하하. 베트남 사람은 날씬하고, 얼굴도 작고, 눈도 크고 작잖아"

나의 말에 다시 번뜩인 아이는 손으로 두 눈을 옆으로 찢으며 이렇게 동조했다.

"맞아요. 한국사람들은 눈이 이렇게 작아요."

"하하하하........;;;; 맞아 맞아."




그런데 한참 후, 옆에 앉아있던 다른 한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진지하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눈이 작으면 몇 퍼센트나 보여요?"

"…………………….;;;"

이녀석ㅠㅠ 눈이 이렇게 작아도 세상은 100% 다 보인단다. 안타깝게도 나 역시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며 살고 있단다.

vinh son의 개구쟁이들과 함께  @Choi Yuri









에피소드 2)

꼰뚬을 떠나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매일 녹초가 되어 숙소 침대에 뻗어있던 이 시간의 아침 시장은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공기때문인지 훨씬 더 활기찼고, 한켠에선 소수민족 의상을 입은 여인 둘이 산에서 캐온 야채를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등짐 지고서 시장으로 종종 걸음을 옮기고 있다. 시장에는 시끌시끌 다시 또 여러개의 언어가 섞인다. 

다낭행 버스를 타기 위해 무작정 꼰뚬 버스 터미널에 왔다. 숙소에서 여기까지 꽤 달려왔는데, 다행히 쎄옴(오토바이 택시) 아저씨는 첫판에 적정가격을 부르셨다. 잘 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이른 아침 꼰뚬의 공기가 정말이지 상쾌하기만 하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내 큰 배낭을 본 아저씨가 내가 외국 여행자임을 감지하고는 성급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타일랜드? 인도?"
"...........................;;;"

나는 아저씨에게 큰 소리로 '한꾸억(한국)!!!!' 이라고 대답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아니, 그냥 아저씨가 오랜만에 동양 여자애를 봐서 갑자기 생각나는 나라를 말한걸꺼야. 그래, 그냥 아는 나라 몇개를 입밖으로 내 뱉은 것 뿐이야...... 라고 마음속으로 위안을 하지만 아무리봐도 '인도는 너무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거울을 보니, 살이 빠지고 다시 흑인이 되어간다. 계속 이대로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국적을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다.


*꼰뚬(Kon Tum) -> 다낭(Da Nang)가는 방법
꼰뚬시장에서 약 4km 떨어진 버스 터미널(BX. Kon Tum)에서 16인승 미니버스

탑승 금액 : 160,000~ 190,000vnd (회사별로 가격 차이가 조금 있음)소요 시간 : 6시간 (모든 사람의 예상시간은 6시간 이었으나, 늘 그랬듯 8시간이 걸렸다)배차 시간 : 약 2시간 차이로 버스가 있음 (7:30, 9:30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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