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꼰뚬에서 다낭으로 가는 이 길, 14번 국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정말 이쁘다. 10~20m 마다 좌우로 계속 꺽어대는 꼬부랑 길이 너무 격해 잠을 자기 힘든 이유도 있지만, 길이 너무 아름다워 자는게 아깝기도 하다. 이미 내 옆의 25살, 꼰뚬사는 하(Ha)는 꿈나라로 간지 오래고, 12인승 미니버스안 10명의 다른 승객들 역시 베트남 사람 치고는 너무도 조용하다. 다들 이 길로 다낭을 한두번 다녀본 것이 아니기에 별 감흥이 없었겠지만 난 연신 앞 유리쪽으로 몸을 수그리고 창 밖을 감상하기에 바빴다. 열심히 카메라에 담아 보지만, 역시나 아무리 좋은 랜즈도 사람 눈에 비할바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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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뚬-다낭 구간의 아름다운 도로 @Choi Yuri |
#2.
나를 보는 순간부터 시종일관 짓궂게 장난을 치는 우리 미니버스의 기사 아저씨는 37살로 건장한 체구를 가졌다. 아저씨가 나에게 계속 말장난을 치고 내가 또 거기에 굴하지 않고 꼬박꼬박 말 대답을 하는 덕에, 버스안 분위기는 제법 화기애애해졌다. 가끔 뒤에 앉은 아줌마들이 내 편을 들어주면서 나는 더욱 기세등등한 채 아저씨의 말에 지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 기사 아저씨의 운전 테크닉은 가히 굉장했다. 아저씨 뒷자리 가운데 앉아 잠시 졸다가 덜컹하는 차의 반동에 잠기 깨었는데, 내 두눈에 기사 아저씨의 두 팔이 쭉 뻗어 있는 게 보이는 게 아닌가. 어랏? 분명 차는 낭떠러지 옆 꼬불길을 쌩쌩 달리고 있는데 기사 아저씨의 손은 허공에 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시간 운전대를 잡고 있는게 뻐근하셨는지 두 팔을 앞으로 쭉 뻗고 양 팔꿈치로 한참을 운전하고 있던 것이다. 무려 계속 핸들을 좌우로 돌려야하는 아슬아슬 산길에서 말이다. 아저씨의 팔꿈치 감각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한번은 한참 시골길을 달리다가 마침 옆에 지나가는 소를 보고는 버스 안의 누군가 소의 종자에 대해 얘기를 던졌는데, 소에대한 의견이 분분해지자 기사 아저씨는 차를 잠시 세우고 말을 꺼낸 승객과 함께 종자를 확인하고 다시 출발을 했다.
또 베트남에서 보기 드물게 깔끔한 우리 기사 아저씨는 휴게소에서 받은 '세장의 물수건'으로 운전하는 내내 연신 차안의 구석구석을 닦았다. 그런데 그게 조금 과하게도 한손으로 핸들을 잡은채, 시선은 청소하는 곳을 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옆에 있느 손잡이니, 운전대 아래니, 차 천장이니를 구석구석 닦는다. 가끔은 핸들 밑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덕분에 차는 좌측의 중앙선을 넘나들기를 여러 번. 그마나 시속 5km로 달리고 있으니 다행이다.
우리 아저씨의 스킬은 운전을 하면서 두 손으로 담뱃불 붙이는 것은 아주 기본이고, 비닐커버에서 음악 씨디를 넣고 빼고 정리하는 것도 기본, 그러다 상체를 숙여 발밑으로 떨어진 비닐커버를 태연히 줍는 것도 기본이다. 이럴땐 잠시 눈을 감고, 이 상황을 안보는 게 상책.
#3.
그래도 우리 기사 아저씨는 나에게 참 친절했다. 사이드 브레이크 위에 쿠션을 하나 올려 놓더니 바로 뒤에 앉은 나에게 특별히 의자 사이로 다리를 펴서 쿠션 위에 편히 올려놓으라고 한다. 내 길이가 그렇게 길지는 않기 때문에, 그래도 나름 정말 편하게 버스를 탔다. 가끔은 정류장 없는 길거리에서 마냥 지나는 차를 기다리던 손님을 발견할 때, 내 발을 툭툭 치는 아저씨의 신호에 따라 나는 내 다리를 들어 쿠션을 뺐고, 그러면 아저씨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고 차에서 내려 손님과 흥정을 시작했다.
차가 다시 한참을 산길을 오르다가 승객들이 일제히 웅성대기 시작한다. 길 옆으로 아주 작은 폭포가 하나 보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런 폭포를 참 좋아하고 이뻐라 한다. 역시나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나에게 사진기를 꺼내서 찍으라고 권한다. 굽이 굽이 산길 중간에 차는 내 촬영을 위해 떡하니 서 버렸고, 나는 모두의 바램대로 카메라를 주섬주섬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내가 사진을 찍자마자 차 안에 탄 열세명의 베트남 사람들이 동시에 나에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쪽에서 찍어야 더 이쁘다는 둥, 원래는 더 아름다운데 오늘은 물이 모양이 별로라는 둥, 저 뒤로 가면 더 큰 폭포가 있다는 둥.... 모든 사람들이 내 어깨를 툭툭치며 폭포에 대해 각자 열마디씩은 자랑하느라 나는 정신이 혼미하다. 나는 누구의 말에 대답을 해야하나 생각하다가 그냥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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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극찬을 받은 사진!! @Choi Yu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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