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바지 어디서 수선하는 줄 아세요?"
"응 알지. 저기 수선 아주 잘하는 여자가 있어. 아주 이쁘게 잘 해."
"어디요?? 저기 골목??"
"응, 따라와봐."
그러더니 Ha 아저씨는 앉아 있던 오토바이에 키를 빼고는 나를 데리고 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갔다. 집 앞이지만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골목이다. 그저 Bun 국수 노점이 있는 골목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저씨들 따라 들어가본 골목 안에는 사이사이 더 작은 골목들이 가득했고, 집과 가게들이 빼곡했다. '이런 곳에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내 그리 찾아 헤매던 산부인과 병원도 우리 집 코 앞 골목에 있었다. 돌아나오는 길을 기억하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계속해서 아저씨를 따라 한번 더 들어간 어두운 작은 골목 안에는 쇠기둥 몇개가 세워진 창문이 있었고, 그 창문을 바라보고 한 젊은 여성이 미싱질을 하고 있었다.
Ha 아저씨가 알려준 문으로 들어가고 나니, 아저씨는 본인 일을 다 완수했다는 듯이 빵긋 웃고는 다시 어두운 골목을 나가셨다. 외국인의 등장에 긴장했던 젊은 엄마에게 나는 최대한 웃으며 인사를 했고, 멋적게 바지를 꺼내 보이며 여기 이 정도를 자르고 수선해 달라고 말했다. 가격과 소요시간을 묻는 나에게 젊은 엄마는 '개당 15,000동(750원)이며, 지금 원한다면 5분안에 해주겠다' 라는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흡족한 나는 웃었고, 아줌마는 나에게 플라스틱 의자를 하나 내 주었다.
의자에 앉아 작은 방을 둘러보니 창가에 미싱을 붙여놓은 젊은 엄마의 한켠에는 수선을 기다리는 옷감이 가득 쌓여져 있었고, 방의 절반을 자리하고 있는 침대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와 딸아이 둘이 누워 있었다. 남자는 침대에 누운 채, 방 한켠에 뉴스가 흘러나오는 티비를 보면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고, 어린 여자 아이들은 둘이 뭐가 재밌는지 쫑알쫑알 놀고 있었다. 한낮에 해가 전혀 들지 않은 집 벽엔 습기 덕에 곰팡이가 가득했고, 집 안의 유일한 창문에는 1미터 건너에 비에 젖은 벽이 떡하니 가로막혀 있었다. 작은 방엔 앙칼진 목소리의 여자 앵커의 목소리, 그리고 깔깔대는 아이들이 웃음 소리, 그리고 미싱 돌리는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렸다.
베트남 (특히 북부)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참 남자들이 밉다. 전쟁통에 남자 없는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던 베트남 여자들이 드세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해가 되지만, 가끔은 너무 당연시 되는 베트남 남자들의 능구렁이 같은 모습이 얄밉기도 하다.
어느새 젊은 엄마는 수선을 마치고, 어짜피 구겨질 바지를 정성스레 다림질해서 나에게 주었다. 나는 단돈 3만동을 (1,500원) 냈고, 그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한번도 웃지 않던 그녀는 내가 창살밖 골목에서 다시 인사를 하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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