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어 수업을 듣다가 보통 5분간 쉬는 시간을 갖는데, 오늘은 역시나 잠깐 쉬자고 하고 나간 선생님이 15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쉬는 틈을 타, 수업을 같이 듣고 있는 띠엡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띠엡의 빠르고 정확하지 않은 베트남어가 이제 조금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나 오늘 오늘 39도래요."
"어이구, 어쩐지 덥더라"
"누나는 여기에 뭐 타고 왔어요?"
"나 자전거"
"(헐)... 저는 전기 자전거 타고 왔어요"
"오토바이 없어?"
"아직 길도 모르고, 도로가 복잡해서 전기자전거로 먼저 타보고 있어요."
"응 나도 그래. 아직 요 길에서 오토바이 탈 준비는 안되었어."
다섯 살에 체코에 간 띠엡은 지금 스물 다섯 살. 그러니 이십년, 살아온 인생의 대부분을 체코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띠엡이 베트남어를 쓰는 것은 정식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가족들과 쓴 것이 전부이기에 띠엡은 어휘나 문법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체코에서 대학을 갓 졸업하고 베트남어를 배우기 위해 베트남에 4개월 정도 들어온 것이다. 띠엡의 부모님은 두분 다 베트남인이고, 지금 띠엡의 국적도 베트남이다. 아직 체코 시민권을 아직 따지 못했는데, 2년 정도 후면 딸 수 있다고 했다. 이것 저것 체코의 생활에 대에 물어보다가 알게 된 놀라운 사실. 띠엡의 말로는 체코에 사는 베트남 사람이 무려 8만명 정도란다. 왜 그렇게 많냐고 하니, 과거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일하러 갔듯이 베트남에선 70~80년대에 특히 많은 수의
노동 이민자가 체코로 갔다는 것이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실제로 몇년 전 체코 공화국 정부가 체코에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자국의 소수민족으로 공식 인정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는 체코에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이 베트남어를 비롯한 문화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고, 베트남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교육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관청이나 법원에서 베트남인이 베트남어를 하는 것도 인정 받을 수 있고, 베트남인 커뮤니티에서 베트남어로 된 라디오, TV 방송 등을 제작할 수도 있다고 한다. 기사나 나올 때의 공식 통계로 체코에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인은 6만 5천명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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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기와 체코 국기 |
다시 띠엡에게 물었다.
"그러면 네가 다니던 학교에 베트남 친구들이 많니?"
"아뇨. 학교에는 별로 없어요. 그런데 베트남 친구들은 많아요."
"그럼 그 친구들이랑 이야기 할때는 베트남어로 해? 아님 체코어로 해?"
"음.. 'Banana Kids'랑 이야기 할 때는 체코어로 하고, 베트남에 살다가 온 친구들이랑은 베트남어로 해요."
"Banana Kids???!!!"
"'Banana Kids' 요. 나처럼 겉은 노란(아시아인)데, 안은 하얀(유럽인) '바나나'요"
"아!@!#~!!@#!! 누가 그렇게 말해?"
"다들 그렇게 말해요."
"너는 'Banana Kids'라고 불리면 괜찮아?"
"괜찮아요. 맞는 말인데요 뭘."
"응....그래?"
베트남인 ‘프라하의 봄’ 만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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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무역 2012/02/17 [21:49] ⓒ weeklyt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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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주요 식자재 유통·잡화 시장 장악현지 외국인중 3위…양국 교역도 급증
체코 시장 진입방법은 베트남인에게 물어라? 생뚱맞아 보이지만 틀린 얘기도 아니다. 체코-베트남 간 인적, 물적 교류가 늘면서 체코에서 베트남인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식재료 유통과 잡화점은 이미 베트남인들이 장악한 상태다. 또한 체코에서 태어난 베트남 ‘바나나 세대’는 완벽한 체코화를 통해 현지 기업 취직을 노리고 있어 양국 간 교류는 노동시장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체코 내 베트남인들의 활동을 프라하 무역관이 알려왔다.
□ 체코 외국인 중 베트남인이 3위
=현재 체코에 체류하는 베트남인은 5만6005명으로 우크라이나, 슬로바키아에 이어 3위이며 영구체류 거주국가 순위로는 2위다. 과거 체코와 한 나라를 이루었던 슬로바키아 내 베트남의 영구 체류자 수와 비교할 때 6723명이나 더 많다.
□ 베트남인들의 체코 이민, 왜?
=공산주의가 붕괴되기 전부터 체코·슬로바키아는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국가였다. 공산주의 도입과 베트남보다 높은 삶의 수준 때문에 베트남인들에게 체코는 매력적인 국가로 인식됐다.
베트남인들의 프라하 최초 거주는 1940년대에 말에 시작됐고 체코·슬로바키아는 1960년대부터 베트남인에게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직업학교, 훈련 등을 제공했다. 1970년대까지 수천 명의 베트남인이 체코에 입국했고 1980~83년에는 베트남 학생과 특히 노동 이민자가 3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1989년까지 베트남 전쟁으로 구직이 쉽지 않았을 때 체코·슬로바키아는 인력이 부족해 서로 이해도 맞아떨어졌다.
1989년 체코 공산주의 붕괴 이후에는 체코·슬로바키아에 눌러앉는 베트남인들이 더욱 늘기 시작했다.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활수준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주변국인 독일로 이민을 가거나 체코에 영구 체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 노점상에서 기업 노동자까지
=1989년 이후 체코의 1세대 베트남인들은 당시 식비보다 비쌌던 체코 의류시장을 목표로 의류, 섬유 수입을 담당하는 도매상과 노점상 등 소매상으로 살아갔다. 공급자는 주로 중국과 터키에서 물건을 수입해 도매업자에게 팔았고 다시 베트남 소매업자의 손을 거쳐 판매됐다.
한 체코 일간지에 따르면 베트남인들은 프라하 최대의 청과상이다. 베트남인들이 판매하는 청과물은 신선하고 저렴해 많은 체코인들이 좋아한다. 현재 체코에는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이 약 2만 개에 달하며 시골과 작은 마을에도 침투하고 있다.
한편 베트남에는 공산정권 시절 체코로 유학 갔던 약 30만 명의 인력이 존재해 체코 기업도 베트남 인력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인력 공급업체들이 베트남 노동자 송출을 본격화하면서 체코 기업 근무자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체코 통계청에 따르면 노동부에 등록된 합법적인 베트남 노동자는 2007년 1000명에서 2011년 3월 2977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2세들이 태어나면서 체코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바나나 세대’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체코 학교를 다니면서 완벽한 체코화를 통해 현지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 프라하의 최대 시장은 베트남 시장=체코에는 식재료를 도매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시장인 ‘사파(SAPA)’가 있는데 체코에서 가장 큰 베트남 시장이다. 사파는 체코의 일반 대형 마켓인 빌라, 테스코, 알버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식재료를 제공한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의류, 신발, 가방 등 생활용품 가격 또한 일반 체코 상점보다 싸다. 부동산, 스파, 미용실, 자동차 수리소 등이 생겨나면서 서비스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체코의 베트남 사회가 그들만의 할인 포털 사이트인 쿵마우닷이유를 설립하기도 했다.
□ 양국 간 교류도 활발=베트남의 체코 수출은 2011년 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중 체코로부터의 수입도 점차 늘고 있다. 이렇게 양국 간 교역이 늘어나는 것은 체코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체크트레이드란 회사의 지사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2006년 1억3000만 달러였던 대 베트남 수입액이 2008년에는 2억5000만 달러로 2배 증가했고 수출 또한 2942만 달러에서 3433만 달러로 뛰었다.
베트남은 체코로 주로 농산물과 음식, 의류를 수출하며 체코는 기계와 장비, 유리, 의약품 등을 내보낸다. 양국은 항공·우주, 화학·제약, 유리·보석, 의료기술, 식품,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베트남 체크트레이드의 주 업무는 기술, 관습, 법률 관련 시장조사와 기업관리, 기업의 재정상태 점검, 수출센터 지원, 통역 서비스 등인데 체크트레이드가 설립된 아시아 국가는 베트남을 포함해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자흐스탄 등 5개국이다. <프라하>
출처 : 주간 무역
http://www.weeklytrade.co.kr/sub_read.html?uid=22773§ion=sc8§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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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체코에 대해 이야기 하던 띠엡이 다시 물었다.
"누나 근데 저 정말 몇 살로 보여요?"
"음... "
"정말로 몇살로 보여요?"
"음... 네 나이 스물 다섯보다는 더 되보여.ㅎㅎㅎ"
"그죠? 어떤 사람들을 나를 서른 다섯으로도 봐요. 머리를 기르면 더 많게도 보고요."
사실 나도 처음 띠엡을 봤을 때 그 정도의 나이로 생각했지만, 차마 솔질하게 말 할 수는 없었다.
"하하하하. 아냐 그정도는 아니야. 나랑 비슷하게 봤어."
"그래요?? 나도 누나를 내 나이로 봤어요!!"
"음.... ;; 그래 고맙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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