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7일 수요일

집 앞 공원에서

요새 내가 가장 자주 찾는 공간, 우리집에서 100m 거리의 작은 공원이다. 비교적 한적한 주택가로 뺑 둘러싸여 있고, 큰 나무들이 우거진 이 공원에서는 매일 오후 4시쯤부터 (물론 새벽에도 이와 같이 활기찬 모습들이 펼쳐지겠지만, 그걸 마주하기에 나는 너무 아침잠이 많다;;) 정말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기운이 느껴지는 풍경들이 매일같이 펼쳐진다. 











백발의 할아버지들과 잠옷 차림의 할머니들부터, 그 실력이 예사롭지 않은 베트민턴 동호회 아줌마 아저씨들, 음악을 틀고 춤인지 운동인지 모를 동작을 하시는 에어로빅 아줌마 군단, 그 뒤로 축구와 제기차기를 하는 젊은이들, 한켠에선 다이어트를 위해 깔깔거리며 운동 중인 소녀들과 그 옆 벤치에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한 아저씨. 잠옷이니, 런닝구니, 구두니, 슬리퍼니 각양각색의 운동복을 차려입고 공원 주위를 뛰거나 빠르게 걷는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기들과 밥숫가락을 들고 그 뒤를 졸졸 쫒는 어린 부모들. 그 어느 무리 속에 들어가 있지 않아도 그 공간에 함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괜시리 나도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


해지기 전의 이 공원은 나에게 참 편안함을 준다. 분명 순식간에 해가 떨어지고 나면, 가로등 몇개 없는 이 동네 골목골목이 무서울 법도 한데, 나는 왠지 걱정이 되거나 겁이 나지 않는다. 해가 숨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부터 가만히 있어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그 편안한 기운에 한몫한다. 2014년 5월 7일의 저녁도 그러했다. 나른한데 시원했고, 편안하고 또 편안했다.

댓글 2개:

  1. 저 꽝찌에만 있다가 호찌민 갔는데 아침 운동하는거 보고 충격이었어요. 같은 나라 안에 동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의 공존이 뼈저리게 느껴지면서, 정말이지 둘중에 하나는 꿈인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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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 나도 한때는 여행하면서 동남아 각 국가, 각 도시마다 공원에 모여 춤추거나 운동하는 모습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모으곤 했는데. 정말 에어로빅 하나를 해도 나름 다 다르단 말이지. 특히 시골에서 활동하다 도시에 나오면 공간이 아니라, 시간의 이동으로 생각되기도 하고. 그런데 그 도시를 그냥 내가 있는 시골보다 번화한 곳 이상으로 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 그 골목 골목 안에, 그리고 그 골목 뒤에 아주 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져 있으니까. 늘 꿈꾸고, 동시에 현실을 보면서 살자구~!! 뽜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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