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활동가, 잡지 기자, 디자이너, 한국어 강사, 학습지 교사, 미술 과외 선생에 학교 행정 교사 까지. 여기 하노이에 온지 두달이 채 안되는 동안 일거리를 몇 개째 거절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멀쩡한 젊은이가 놀고 있는 것이 안쓰러운 건지, 아니면 정말 일 할사람이 이리도 없는 건지.. 불러주어서들 너무 고맙지만 기를 쓰고 사양하고 있다. 청년실업에 시달리는 한국 청년들에게는 정말 배부른 소리 같아 참 미안하다만, 매번 거절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사실 한국에서의 빡센 노동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에 지난 날의 내 보수를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은 급여가 보장된다는 데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공부하면서 잠깐씩 아르바이트 삼아 해볼까?', '학비라도 조금 벌어 놓을까?' 라는 생각도 여러번 했지만, 결국엔 돈을 떠나, 시간을 떠나, 쉬운 길로 빠져 버린다면 다시 나의 길로 돌아오기 힘들어 질까 겁이 났다. 그렇게 초심을 잃게 되면 내가 베트남에 다시 돌아 온 목적(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단순히 돈벌러 온건 아닌게 맞으니까)에서 멀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간간히, 하루 반나절 정도만 일하며 어렵지 않게 일을 한다 해도 여기서 열심히 일하며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보다 몇배 혹은 몇십배나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것도 아직은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의 백수가 더 당당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뭔가 심심풀이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열심히 하고 나서 그 댓가를 받는다면, 적어도 조금은 덜 미안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번 이리 저리 다르게 돌려 말하지 않기 위해, 거절의 기준을 세워야 겠다. 다시 말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기준을 하나씩 만들어 가야 겠다는 뜻이다.
- 베트남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하는 일
- 베트남어나 베트남 문화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일
- 하는 일에 비해 내 급여가 너무 많아 민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은 일
- 좋은 사람들을 사귀는 즐거운 일
- ......
그리고 일단 공부하자!! 아시아를, 베트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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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편에 들어온 아시아 관련 책. 신난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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