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풍물반에서 장구를 치던 기억이 났다. 쇠를 치는 녀석들은 단 두명의 남자애들 이었는데, 풍물에서 '쇠'가 리더이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하필 쇠 치는 녀석이 '체' 하는 녀석이어서인지, 아니면 자기 악기를 잘 챙기라는 선생님의 당부 때문이었는지 나는 장구 이외에는 다른 악기를 접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북 몇번 빌려 두드려 본 적은 있으나, 도통 꽹과리를 손에 걸어본 기억도 없다.
그렇게 장구 장단만 알던 내가 드디어 주 3회, 하루 세시간씩 2주간의 빡센 꽹과리 특강을 마쳤다. 것도 이 이국 땅에서 쇠잡이라니. 감개가 무량하다. 첫날은 어찌나 열심히(아마도 잘못된 스냅으로) 두드렸는지, 집에와서는 손목이 욱씬거려 파스를 두개나 붙이고 긴팔로 가리고 다녔는데, 두번째 수업 부터는 세시간 내내 쇠를 들고 있어도 왠일인지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그 2주 내내 밤이 되면 코를 골고, 이를 갈면서, 피곤함에 미친듯이 골아 떨어지기를 반복하곤 했다. 하긴, 3시간의 특강도 특강이거니와 매일 수업 끝나고 이어지는 낮술 뒷풀이 한마당에 기력을 더 쏟았는지도.. ㅎㅎㅎ
내 생활에서 절반의 시간을 풍물, 아니 꽹과리에 빠져있던, 진심으로 신명났던 2주였다. 이제사 소리가 조금 익숙해질 것 같은데 끝난다니 참 아쉽다. 허나, 정말 신명났던, 영광스런 여름으로 기억 될 것이다. 계속해서 놀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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