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두 밤을 잤던 4박 5일의 Quang Tri(광찌) 여정 마무리. 하노이로 돌아가는 기차는 내가 빚을 내서라도 어떻게든 머리칸을 타보겠다고 다짐 했건만 결국 4인실은 커녕, 6인실 침대칸 마저 표가 없단다. 이른 아침부터 부슬비 맞으며 슬슬 걸어서 기차역까지 걸어왔건만, 너무도 당연한듯 퉁명스럽기 까지한 역무원 언니의 대답.. '오늘 일요일이잖아!!' ㅠㅠ 결국 나는 의자칸 표 한장을 사고야 말았다. 난 정말 머리칸 기차랑은 인연이 아닌가보다.
계획없이 며칠 하노이를 떠나겠다는 생각 뿐, 그리고 이번엔 홀로 있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 뿐, 특별히 뭘 할 생각은 없었다. Quang Tri라는 지역을 선택한 것도 그곳에서 일하던 NGO 활동가 동생들과, 예전에 몇번 가봤던 재활센터의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였다. 주말을 이용해 Quang Tri 북쪽에 위치한 Quang Binh의 '퐁냐 깨방 동굴'을 다녀올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훌쩍 어디론가 떠나기에는 나의 몸이 지친 탓(한국의 강행군을 마치고 하노이에 온지 열흘, 그리고 그 사이에 미얀마도 다녀왔다)에, 이번엔 동생들과 그냥 여린 센터와 동하에서 빈둥거리기로 했다.
일명 '먹고 자고'의 반복.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사다가 (집에서도 잘 안하는) 밑반찬을 만들어 동생네 냉장고를 채우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디저트고 동네의 맛집이라는 곳을 며칠 내내 모두 탐방학고, 해가 지면 동하의 자랑이라고 동생들이 열심히 떠들어대는 뷰 포인트(그래봤자 하노이에서 온 녀자 눈엔 차지도 않지만 ㅋ) 에 가서 야경과 함께 맥주 한모금을 하고, 배가 부르면 동네를 걷다 들어와 잠에 드는 일상. 동하에 있는 삼일 내내 배가 불러 있었다..;;
여린현 재활센터 녀석들 @choi yuri |
동하시 녀자들이 베트남에서 세번째로 크다고 자랑했던 '동하시장'.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베트남에서 세번째로 쥐가 많은 것은 분명 @choi yuri |
왠지는 모르겠으나 '다코야끼'라는 이름이 붙여진 베트남 붕어빵. 반을 가르는 순간 베트남 음식 향(?)을 느낄 수 있음 @choi yuri |
동하시 부자집안 결혼식, 하노이랑 좀 다른 느낌 @choi yuri |
동하시에서 새로 찾은 후티에우 맛집 식당 @이수형 |
오랜만에 센터에 가서 아이들과 생각없이 깔깔대며 놀수 있어 좋았고, 활동가 동생들과 고민을 나누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고, 나름 동하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어 좋았고, 동하에서 먹을 수 있는 왠만한 건 몽땅 먹을 수 있어 좋았고, 마을에서 사투리 심한 사람들이랑 귀기울이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같은 베트남이지만, 내가 아는 베트남과 다른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 '베트남은 무엇이다' 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도록 스스로에게 겁을 주는 경험, 지금 나에겐 이게 큰 배움이다.
배웅해준다고 따라오는데, 같이 다니기 조금 창피한 '꽝찌 동하시 녀자들' @choi yuri |
내가 참 좋아하는 동하역 노을 @choi yuri |
하노이행 꼬리칸 기차 안. 다행히 지금 내 옆 의자엔 아무도 없다. 부디 하노이 역까지 이대로만 가주길. 에어컨을 더 세게 틀지도 않고, 앞 뒤 자리에서 라면과 도시락들을 더이상 먹지도 않고, 건너편 자리에서 한 청년이 휴대폰 스피커로 듣는 음악 소리를 더 키우지 않고, 곧이어 소등이 되면 내가 잠에서 깨지도 않고, 부디 한방에 '하노이'에 도착하길...
'무사히' 아침에 봅시당!!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블로그의 글과 사진을 퍼가실때는 미리 동의를 구해주시고, 비방이나 욕설은 삼가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