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은 이러했다. 내가 우연히 한 포스팅에서 본 Banh Canh (방깡, 우동 같은 면의 후에음식)이 먹고 싶다고 한걸 문군이 기억하고는, 어느날 저녁 퇴근길에 Hue 음식점을 봤으니 가자는 것이다. 부랴부랴 찾아 갔건만, 글쎄 문군이 말한 Hue 음식점이란게 하노이에 있는 Pho(쌀국수)나 Bun Cha(분짜) 집만큼 널리고 널린 Bun Bo Hue(분보 후에, 소고기 뼈와 선지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후에의 대표적인 국수) 가게 였다. Bun Bo Hue 집의 메뉴는 보통 Bun Bo Hue 뿐이고, 내가 원하던 Banh Canh 은 하노이 아무가게에서나 안판다고 ㅋㅋㅋ 일부러 생각해서 말해준 문군이 고맙고 기특하면서도 지나가다 본 Hue 글씨 하나만 보고 여길 찾아온 우리가 너무 웃겼다. 결국 그날도 Banh Canh 먹기 도전은 실패!!
그리고 얼마전, 문군과 호앙끼엠을 다녀오는 길에 오토바이 위에서 이 식당을 발견했다. Mon Hue(몬 후에, '후에 음식' 전문점)!! 바로 '후에 음식'이라고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한 뜻의 간판이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우리의 눈을 사로 잡았다. 대충 위치를 기억하고 (물론 심각한 방향치인 내가 아니라 문군이) 훗날 가볼 것을 기약 했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 드디어 찾아갔다. 나의 Banh Canh을 찾아서!! ^^
가족끼리 외식을 온 테이블도 많이 보이고, 호앙끼엠 구시가지(Hang Bong거리) 근처라 서양 관광객들도 많다. 가게는 아직 분점이 없이 이곳 한군데 뿐인듯 한데, 주말 저녁 몇개 층을 사용하는 홀은 모두 꽉 찼다. 메뉴니, 디자인이니, 인테리어니 세세하게 신경쓴 것이 보이고, 배달까지 해 준단다. 전화번호는 1000-1111 하지만 따듯한 음식들을 배달시켜 먹는 것이 가서 먹는 것만 하겠나 싶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잘 교육된 직원이 테이블 세팅을 도와준다. 앞에 깔린 종이에는 길거리에 쌔고 쌘 후에 지역의 대표 음식인 Bun Bo Hue의 변형된 몇 종류의 국수가 신상 메뉴로 홍보된다. 길거리에서 보는 그것과 다르게 참 사진을 세련되게 잘 찍었다. 사진만 보면 참 먹음직 스럽다. 직원은 그 종이 위로 젓가락을 사선으로 세팅해 준다. 처음엔 새로온 직원이 떨려서 잘못 놓은 건가 하고, 똑바로 재배치 하려고 했는데, 문군 앞에도 똑같이 젓가락을 배치해준다. 길거리에서 보는 그것과 다르게 참 사진을 세련되게 잘 찍었다. 매니저 발음도 남부 발음이고, 디자인이나 서비스에 하노이에서 보기 힘든 그것으로, 왠지 이 음식점 '호치민'에서 올라온 느낌이 팍팍 난다.
* 첨부 : 역시나 위 명함 앞면 아래 'Huy Vietnam Group' 을 찾아보니, Mon Hue 뿐 아니라, Com Express, Pho Ong Hung 등 세개의 음식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2006년에 Huy Nhat 이라는 아저씨가 설립했으며, 나의 예상대로 Mon Hue는 호치민을 중심으로 시작, 총 31개의 매장 중 30개의 매장이 호치민에 있다. 나머지 한개가 바로 하노이에 있다. 어쩐지 호치민의 냄새가 풀풀 나더니.. ㅎㅎ
Huy Vietnam Group : http://www.huyvietnam.com/en/our-restaurants/mon-hue/about-mon-hue/
Bun Thit Nuong (분 팃 느엉, 분과 달달한 돼지고기 구이에 느억맘을 부어 비벼 먹는 국수) |
Banh Loc(바잉록, 새우 등을 안에 넣고 전분가루를 쪄 낸 떡)의 한 종류 |
이름이 기억 안남..;; 두툼한 라이스 페이퍼에 분국수와 야채(우리는 너무 좋아하지만 향채가 엄청 들어 있으니 주의ㅋ)를 넣어 말고, 위에 닭고기와 새우를 얹어 Mam Tom(맘똠, 새우를 발효 시킨 중부지방 소소)에 찍어 먹는 음식. 맘똠은 하노이 사람들도 못먹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집은 소스를 조금 약하게 만들어 대중화 시킨 듯. |
메뉴판에 엄지 척!! 그려진 추천 볶음밥 메뉴. 닭고기인줄 알았는데, 닭 껍질을 가르면 닭 살코기와 버섯과 야채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속이 꽉 찬 아바이 순대 맛이랄까. 근데 이미 이걸 먹기 시작할때부터 배가 불러있던 관계로, 객관적인 미각(원래도 있지도 않은)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ㅎㅎㅎ |
Banh Canh (방깡, 국물은 얼큰하고 찐한 칼국수 국물같은 쫄깃한 우동면의 국수) |
드디어 만났다. Banh Canh 요녀석!! 흑흑흑 ㅠㅠ 내가 시킨 것은 Banh Canh 중에서도 Cua(꾸아, 게) 어쩌구 저쩌구 하는 메뉴이다. 아주 도톰한 게살 완자가 일품!! 국물도 내 입에 딱 맞았고, 요새 추운 날씨에 찐하고 얼큰한 국물도 딱 좋았고, 두툼한 면발의 쫄깃한 식감까지. 내 스타일이야~~~~!! 물론 로컬과는 약간의 다른 맛과 풍미를 가하지만, 나는 하노이에서 누가 Banh Canh 먹고 싶다면 이집 추천이다!! ㅎㅎ
사실 메뉴판을 보니 후에 전통 음식이라 불리우는 것들도 있고, 기타 중부지역에서 많이 먹는 음식들로 적절히 구성되어 있다. 조리하는 곳도 오픈되어서 깔끔하다. 베트남 중부 지역의 음식을 궁금해 하는 손님이 오면 함께 오면 좋을 것 같다. 국수 하나의 가격은 50,000vnd(약 2500원) 정도로 로컬보다야 물론 더 비싸지만, 손님과 오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보라. 저 아오자이 입은 종업원 위의 전등갓을. Non La(논라, 베트남 전통 모자) 두개를 겹친 저 센스를..!! 저 전등 어디서 샀는지 다음에 꼭 물어봐야 겠다.
이상. 왠만해서 먹을거 포스팅을 하지 않는 나의 먹을거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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