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 열시 십분, 미친듯이 달리던 버스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휑한 1번 국도변에서 나를 내려줬다. 마중 나온 활동가 동생을 따라 마을 인민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인 '냐 응이(Nha Nghi, 여인숙쯤 되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묶었다. 동생 녀석이 미리 말해둔 턱에 가져온 tam chu(땀쭈, 베트남에서 숙박을 할땐 어디든 여권이나 이 거주증을 맡겨야 한다)를 꺼낼 필요도 없었다. 아니 꺼내 보여줄 카운터나 관리인 따위 없었다. 너무 늦은 탓인지 인민위원회 뒷편의 큰 게스트 하우스에 인기척이라곤 없었고, 어둠속에서 나를 맞이하는 건 큰 개 세마리의 으르렁 거림 뿐이었다.. ㄷㄷㄷ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인 오늘, 동생이 활동하는 보육원에 가서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선물 보따리를 차에 가득 실은 차를 타고 5개 마을 탐방이 시작되었다. 하노이에서 출장온 직원 anh과 활동가 동생, 지역 DOLISA 공무원 아저씨, 왕년에 경찰이었다던 운전기사 아저씨, 그리고 마침 학교가 쉬는 날(스승의 날) 센터에 남아 있던 보육원 아이들 몇명이 따라나섰다.
마을에 도착하니 인민위원회 바로 옆의 마을문화회관 건물에선 시끌벅쩍 행사가 한창이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학교 측에서 주최한 아이들의 공연이 있었는데, 마을 유치원의 코흘리개 미취학 아동들부터 제법 잘 짜여진 공연을 선보인 중학생 들까지.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베트남 전통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는데,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얼굴에 분칠을 하고 화려한 장식들을 했다.
재밌는 것은 분명 모인 사람들 모두 베트남 주류 민족인 낑족(비엣족)임에도 불구하고 소수민족 의상을 입고 전통 춤을 흉내내는 것. 물론 전통적인 의상이나 춤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되었지만, 베트남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학교 행사때 마다 소수민족 전통 의상과 춤을 접할 수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길거리마다 꽃을 사려는 아이들 천지다. 천정부지지로 오른 꽃값이지만 주머니에서 너도 나도 쌈지돈을 꺼낸다. 아이들의 돈은 한정되었다만 그래도 어떻게 좀 더 예쁘고 큰 꽃을 살 수 없을까 머리들을 굴려본다.
스승의 날에 학교는 분명 쉬지만 선생님들은 여기저기서 찾아온 학생들을 맞이하느라 바뻐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같은 동네, 혹은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기에 가능하기도 하다. 학교 근처엔 방황하는 아이들이 천지다. 꽃다발 증정 행사를 마치고 삼삼 오오 모여 길거리에서 놀 궁리를 한다.이 금쪽같은 학생들만의 휴일, 학교는 쉬지만 다들 집에는 가기 싫은 모양이다. 그리고 옛 스승을 찾아오는 기특한 베트남 청년들도 간혹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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